일요일, 안국역에서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가보고 싶어서 찜해뒀던 어니언 카페에서
먼저 도착한 운동이가 '이때쯤이면 퐁이 도착하겠지?'라며 천천히 빵을 고르다가, 앞마당으로 쏙 들어온 내게 전화걸어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문열고 들어오라고 했을때, 빵집게를 손에 쥐고 반갑게 손흔드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서로 다른 일상을 보내느라 연락도 뜸해지고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건데, 굉장히 반가우면서도 마치 지난달에도 만났던 것처럼 익숙한 정겨운 기분이 들더라고. 그때부터 갑자기 막 두근두근~

남들은 밥먹으러 갈시간에 우린 밥대신 빵을 선택했고, 덕분에 웨이팅없이 괜찮은 테이블로 자리잡고 앉아서 열심히 노닥거렸다. 나중에 다먹고 나오니까 그 무더위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줄서있는거 보고 깜짝 놀랐는데, 으음 아무리 회전력이 좋아도 나같으면 못기다렸을거야.. 하지만 더위만 아니라면 10분쯤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빵이 너무 맛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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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랐던 빵도 맛있긴 했는데,
운동이가 고른 빵들이 훨씬 더 내 취향이어서 놀랐다. (쪼기, 연두색 초코크림으로 뒤덮인 빵이 존맛..)
아니 여긴 뭔 빵들이 정말 다 맛있지? sns핫플은 그냥 갬성만 있고 맛은 그럭저럭해야 하는거 아냐??
대충 골라도 다 맛있는건 반칙 아니냐고요... ;ㅁ; 

마음같아선 몇개 사오고 싶었는데, 집도 가까우니 평일에 다시 한번 오려고 겨우 참았잖아..





얘나 나나.. 코로나 때문에 조심한 것도 있지만 2~3년을 거의 정적으로 지내오다가, 요근래 폭발하듯 터뜨리는 외부활동으로 각자 재미나게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이번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매일 즐거웠다고 말할때, 재밌던 일들을 말해주는 표정이 너무 밝아서 흥미진진하게 듣던 나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중에 정말 특이한 사람들을 여러명 알려주길래 "걔들을 생각해봐봐. 그에 비해 난 정말 평범하지 않니?!"라고 잽싸게 쳐봤지만, 녀석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아무리 그래도, 니가 제일 특이해." 라고 또박또박 답해서 살짝 토라짐.. 칫, 나 디게 차분하고 의젓해졌는뎅.

그리고 "우리 남편이, 고기 먹을때마다 종종 니생각이 난대. 오늘 너 만난다니까, 아직도 그렇게 많이 먹는지 궁금해하더라" 하던데, 그말듣고 도대체 내 인상이 얼마나 강렬하게 남은걸까 싶어서 기억을 돌이켜보니, 너네집에서 삼겹살 구워먹던날 니가 고기를 굽고굽다가 마지막엔 지쳐서 주저앉던 게 생각난거 있지. 고기가 질겼던건지 턱이 아픈거 같다고 뇌까리던 나한테 "너혼자 두근을 먹었어. 당연히 턱이 아프지.." 라고 어이없어할때 옆에서 네 남편이 빵터진것도 기억났지만, 태연하게 "어우야, 나이제 그렇게까지는 못먹어~"라고 대꾸하고..ㅋ





한참을 수다떨다가 커피를 한잔 더 마시느니 차라리 2차 가자고 나섰고, 길거리 구경이나 하려고 천천히 걸어다녔는데, 옛날 같으면 더우니까 무조건 어디든 들어가려하던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여기저기 흥미롭게 구경하며 돌아다니는게 신기했는지 "너도 나이먹고 변하는구나" 하더라. 그거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소용없고ㅋㅋ
(나요즘 꽤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구~~!)



어여쁜 액세서리들 구경하고 소품샵도 들어가서 훑어보고. 

그러다 길건너 보이는 인생네컷샵에서 충동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머리에 이것저것 써보며 거울로 확인하다보니 어릴때 스티커 사진 찍으러 다니던 생각이 나서 어쩐지 추억여행 떠난 기분ㅋ
약간 어리버리하느라 한번 재촬영하긴 했지만, 
결과물이 너무 잘나와서 각자 프사로 박아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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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다 넘 귀엽게 잘나와썽!! 헤헷~







얘가 오설록 가서 빙수 먹을까? 했지만, 나는 길을 잘 모르니까 아예 어플 열지도 않고 무작정 따라 다녔다. 친구는 거리가 꽤 멀다고 걱정하던데, 싸댕기다보니 금방 도착하더라? 계단을 오르기도 전부터 여기닷!하고 막 사진찍기 시작해서, 3층의 오붓한 공간에 자리잡고 앉아서도 사진찍기 놀이는 계속 되었다. 

서로가 내사진은 니가 젤 잘 찍는다고, 가장 예쁘게 찍힌 사진보면 니가 날 이런 시선으로 보는구나 싶어서, 우리가 서로를 이렇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바라보는구나 싶어서 어쩐지 감동이라고 얘기하는 한편, 남편이 자기를 찍어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시선으로 날 보면서 어떻게 결혼하고 싶다 결심했을까"라는 그녀의 의심에 빵터졌잖아. 그동안 몰랐는데, 나랑 사진찍고 놀다보니 자기 폰의 카메라가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고 감탄하는 것도 웃겨죽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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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나 완전 다 베스트샷이 나와버렸네!? 다음 프사는 뭘로 할까나~~
(운동이 사진은.. 허락받는거 깜빡해서 여기다는 안올리고, 인별에만 업로드함ㅋ)









나요즘 카메라 때문에 아이폰 바꾸고 싶거든? 근데 pro에는 핑크색상이 없대! 칼라에 집착하는 나한테 이게 무슨 시련이냐!!하니까 "골드로 사서 핑크색 케이스를 끼워"라던데, 하아.. 핑크덕후한테는 그런말 소용없숴ㅜㅜㅋㅋ 특히 니폰! 껍데기 벗기고 어여쁜 분홍색 보니까 더 심란하쟈나ㅠㅠ (조만간 애플매장 가서 골드랑 핑크 직접 비교하면서 결정하겠지만, 눈물을 머금고 골드색상의 pro를 사겠지..)

시원한 녹차 오프레드의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떠먹자마자 옷에 뚝, 떨어뜨리니까 마흔넷이고 나발이고 나한테는 역시 턱받이가 필요하다고 다시한번 진지하게 둘이 논의도 하고ㅋㅋ 쓰레기 같은 사람들 욕하다가 우리도 이제 꼰대라고 깔깔대고.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거 먹으며 이런저런 수다떨다가 길거리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고, 그렇게 평범하게 만났을 뿐인데 어쩐지 굉장히 신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함께하는 시간은 소소한 것들마저 그냥 다 좋은거, 이거 지금 우리가 꽤 건강한 멘탈로 살고 있어서겠지?



아아... 너무 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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