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모닝티는 잉블라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아침마다 돌리던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커피빈에서 잉블라(잉글리쉬 블랙퍼스트 라떼)를 사와서 홀짝이고 있노라니, 풍성한 거품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조안으로 푹 파묻힌 것마냥 메말랐던 감성이 기분좋게 푹 젖어버린 오전 11시다. 오래된 이슈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라 몇가지 테스트를 더하고 말을 많이 해야했지만, 그래도 틈틈히 마실 수 있도록 레귤러 사이즈로 사온 잉블라가 있기에 다 괜찮네. 오랜만이지만 오늘도 모닝티 선택은 최고였다. 혼자서 막 뿌듯해하는중. 훗.

 

지난주부터 시작된 감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출근하자마자 책상위로 엎드려 하루종일 잠들어버렸던 지난주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저음으로 갈라져나오고 어지럽고 콧물기침 같은 감기증상은 사라질 기미가 안보이고 있거든. 제기능을 전혀 못하는 위장 때문에 하루에 한끼만 먹다보니 일하다가 화장실 가는 길마저 비틀거리며 다녀올 정도였는데, 병원에서 명한대로 저녁마다 굶다가 그저께밤, 샤워 후 머리 말리느라 식탁 위에 앉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배고프다"라고 중얼거렸더니 옆에서 보던 엄마가 순간 울컥했는지 "내일은 소고기 갈아서 뭐라도 끓여줄게!"라고 했었다. 그리고 어제는 엄마가 모처럼 정성껏 만들어준 영양죽을 한시간에 걸쳐 두그릇이나 먹고 잔 덕분일까, 오늘아침 세안후 로션을 바르는데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내어 커피빈의 잉블라까지 마셔볼 수가 있었던 것 같다. 덜 아파진 듯한 이 기분.. 정말 눈물나게 반갑구나.

 

가끔씩 이노무 회사!라며 씩씩거리는 날들도 있지만 아파올때마다 '이정도 회사면 괜찮지. 더 버텨보자'라며 생각이 고쳐지는건, "어머나! 그렇게 아파서 어떡해요! 얼른 들어가세요!"하고 호들갑떨지 않으면서 그냥 내가 하루종일 엎드려 자도 안깨우고 내버려두기 때문이다(안아플때는 아무리 졸려도 절대 안엎드렸음). 아프다며 조퇴신청하면 아무런 감정없이 '얼른 들어가세요~'라며 순순히 들여보내주는 것도 그렇고.. 동생네 팀장은 입사한지 몇달된 인턴이 처음으로 아파서 골골대며 조퇴하자 "쟤는 자기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회사에 온거래"라며 욕부터 했다는 얘기를 들었더니, 꽤 자주 조퇴해도 매번 들어가라고 보내주는 울회사가 고마워지는거 있지-_-;

처음 입사했을 때는 빈정상할 정도로 내게 무관심한 팀원 사람들의 개인주의가 싫었는데, 어느 정도 적응되어보니 간섭이라면 질색부터 하는 내게 딱 맞는 분위기라서 언젠가부터는 오히려 그들의 무관심이나 개인주의가 좋아졌다. 어쩌다 한번씩 농담 주고받으며 웃어도 딱 거기까지인, 같이 차한잔 마시러 나가지 않는 사이. 괜히 친한척하려고 사생활 들추며 캐내거나 이런저런 잔소리하지 않는 사이. 그냥 딱 업무적인 관계. 생각해보니 내가 동경해오던 아메리칸 오피스 스타일 아니던가. 그래도 이회사에 와서 사회친구 2호도 생겼고, 어쩌다 한번씩은 밥도 같이 먹고 커피마시러 가는 취향 비슷한 팀원도 한명은 있으니까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이 딱인듯싶다. 밥맛없는 개발팀장 한명 빼고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은 없어졌으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회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매일매일 입만 열면 자기네 팀장과 회사욕을 하는 동생 덕분에 이제 울회사가 괜찮아지다니..하하..

 

한참 쓰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네.
많은 양의 잉블라를 마셔서 배부르지만, 샐러드라도 챙겨먹고 오려면 일단 지금의 포스팅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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