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05 일기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15.01.05 17:19
# 월요병이 없는 아침
아침부터 감수성 폭발했나보다. 이어폰으로 발라드를 들으면서, 입으로는 소리죽여 열심히 립싱크중.
맑고 담백한 여가수의 목소리를 따라서 괜히 허공에 선율을 그려보고 남몰래 책상밑의 발가락을 격정적으로 까딱이며 업무를 시작한다. 마카롱에 커피한잔 홀짝이노라니 오늘은 월요병이 시작되지도 않았어!
# 이모 or 언니
새해 다음날,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서 저녁 먹으러 다녀오는 길에 어떤 꼬맹이랑 마주쳤는데..
"이모!! ....... 언니?? ...이모? 언니??"
아놔ㅋ 얼굴보니 이모인거 같은데 키가 작으니 언니 같은가봉가ㅋㅋ
이제 갓 옹알이를 벗어났는지 엄마아빠 같은 단어말고 문장으로 말을 잇지는 못할 세살바기처럼 보이던데, 엄마품에 안긴채 손흔들며 인사를 건네오던 녀석은 내가 과연 이모인지 아니면 언니인지 헷갈렸나보다. 그래그래, 이모같은 얼굴인데 키가 언니만하니 멘붕이겠지. 옛날같으면 기분나빴을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의 나는 혼돈 그자체를 표정에 그대로 나타낸 녀석의 얼굴을 보며 너무 웃겨서 깔깔대고 웃었다.
재작년 가을에도 그랬다.
파견나가서 주말에도 출근했을때 과장님의 세살난 딸이 놀러와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단박에 위아래 쫙 스캔하고는 삼촌 혹은 이모라고 부르며 인사했는데, 그녀석도 나를 보더니 언니라고 불러서 다들 빵터졌지. 언니가 아니라 이모라고 친절히 알려줘도 말끝마다 언니라고 부르며 계속 내손을 잡아끌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예를 들면 "언니, 저방에 뿔이 두개난 괴물이 나와"라고 속닥이며 같이 가달라고) 나보다 한뼘쯤 키가 큰 우리팀 막내는(그래봤자 그녀도 초딩키지만ㅋ) 나보다 11살 어린데도 이모라고 불려서, 파견이 끝나고 본사로 복귀한 후에 과장님은 이를두고 막내의 굴욕이라며 한동안 이 에피소드를 열심히 얘기하고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과장님 딸말고 내친구들의 아기들도 첨에는 언니라고 부르고는 했더라 . 그때는 서른 다섯에도 꼬맹이에게 언니라고 불렸다며 나도 빵터졌는데, 서른일곱이 되니 이제는 아이들도 헷갈리기 시작하나보다. 세월이 더 지나고나면 언젠가 "언니가 아니라 이모야~"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