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16 오늘은 금요일, 빨간약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15.01.16 16:12
"좋은 아침!"
"냐하하~ 굿모닝!"
"언니는 늘 밝아. 말걸면 기분이 좋아져"
"후후 까까를 먹고 있어서 그런가?!"
뜻밖의 칭찬에 쑥쓰러워진 나는 괜히 까까드립을 쳤지만, 이번주 들어서 오늘아침이 제일 기분 좋았다. 왜냐하면 금요일이거든! 내일은 출근 안하니까 오늘밤은 샤워는커녕 세수도 안하고 뒹굴거리다가 잠들면 되거든!! 모처럼 뜨거운 커피를 내려와서 조금씩 홀짝이고, 초콜릿이 듬뿍 발린 과자를 하나씩 먹으면서 한가롭게 인터넷 서핑을 했다. 오늘따라 전화벨은 울리지 않아서 여유롭기도 하고~ 화장실 갈 틈조차 없던 정신없는 날들이 지난후 드디어 찾아온 휴식타임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따뜻한 사무실에서 최신 노트북으로 인터넷이나 훑어보는것, 이런게 바로 회사다니는 맛일세~!
점심시간에는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먹는데, 같이 먹는 팀원이 말했다.
"오늘이 금요일이라는게 너무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요! 행복해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는 사춘기 소녀들처럼, 그녀와 나는 회사동료 사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채 '오늘은 금요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점심 시간이 끝날때까지 깔깔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갑작스러운 하혈증세로 친구와의 치킨약속을 취소해야했지만, 잔뜩 흐린 하늘은 기어이 많은 눈을 뿌려서 퇴근길의 마을버스를 걱정해야했지만, 그래도 좋구나.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은. 내가 다시 금요일의 이시간을 좋아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구나.
"아참 그리고, 말할 틈 놓쳤는데 나도 너랑 말하고나면 좋아~
어딘가 치료되는 느낌이.. 꼭 빨간약 같아^_^ㅋ"
"으아아아! 진심 기분 좋은 말이다!! 시적표현!!!"
잠깐이나마 영이랑 대화하고나면 영혼에 새살이 돋는 것 같다.
20대의 발랄함에 따뜻함이 더해지면 이렇게 상처를 만져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빨간약 같다고 얘기한건데, 폭풍 감동을 해서 나는 다시 쑥쓰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