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는 노래들 어떤 흔적
2015.01.14 13:55
# 내가 말했잖아, Sweet Step - 요조
015B의 '처음만 힘들지'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던게 인상 깊어서, 틈틈히 찾아듣는 그녀의 노래들을 꼽아보자면.. '아침 먹고 땡', '하모니카 소리', 그리고 요즘 듣는 '내가 말했잖아'랑 'Sweet Step' 정도 되겠다.
특히 '내가 말했잖아'는 발랄함을 넘어서 약간 촐싹대는 듯한 80년대의 원곡보다, 여운이 남는 듯한 그녀의 편곡된 노래가 훨씬 마음을 울려서 좋더라. "내가 말했잖아. 기쁠 땐 웃어버리라고. 복사꽃 두 뺨이 활짝 필 때까지"라고 할때면, 서글픈데 웃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서 나까지 덩달아 먹먹해진달까.
소녀감성을 터뜨리고 싶은 날에는 'Sweet Step'도 좋다. 그냥 의미없이 '원투쓰리, 오른발 왼발, 원투쓰리, 왼발 오른발, 원투쓰리, 다시 오른발 왼발'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보면 나도 모르게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길을 걷고있음.
# 시간아 천천히, 마음대로 - 이진아
K팝스타 본방 보다가, '시간아 천천히'를 듣자마자 확 꽂혔다. 요조나 아이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내취향에 딱맞는 목소리와 노래였어!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자마자 다음날 인터넷의 여기저기엔 그럴만한 노래가 아니네 음악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비난도 많지만, 나는 제대로 저격당해서 며칠동안 하루종일 이노래들을 반복해서 들었다. 심사위원 트리오가 아무리 열광해도 나는 뚱하게 듣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그들의 심사를 듣기전에 이미 내가 먼저 멍해지며 반했으니까. 이것이 바로 개인의 취향차이겠지.
# 쓰담쓰담 - 10cm
쓰담쓰담이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써왔지만, 이렇게 멜랑꼴리한 노래로 탄생할 줄은 몰랐다. 노래를 듣다가 '쓰잘데 없던 나의 손이 이런 용도일줄야~' 에서 빵터지며 '아, 10cm구나' 싶은 노래. 따닥따닥 경쾌하게 끊어져 내려오는 멜로디에 10cm 특유의 으에으에 목소리가 너무 맘에 든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는 악동뮤지션 버전이 더 좋았는데, '쓰담쓰담'은 딱 그들만이 불러야할 것 같음.
# 내가 그리웠니, 마음 단단히 먹어 - MC몽
MC몽 얘기만 나오면 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뭐하나 잘못하면 밥줄부터 끊어야한다고 난리피는 사람들이 난 더 싫더라. 입장 바꿔서, 바보 같은 짓 한번 했다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이력서 내는 회사마다 퇴짜맞아봐라. 잘못한 건 알겠는데 이건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울컥하지 않을 사람 있나. 심지어 겨우겨우 입사했더니 다들 손가락질하며 같이 일하는 사람마저 싸잡아 욕하면 어떡하라고. 이쯤되면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
암튼, 오랜만에 들고나온 그의 노래들은 너무도 강력했다. 다 좋았다. 앨범 통째로 전부 다. 특히 '마음 단단히 먹어'는 사람들에게 치여 밑바닥으로 내려간 상처투성이의 비딱한 말투가, 이젠 그만 나 좀 봐주면 안되겠냐고 강짜부리는 듯한 '내가 그리웠니'가 제일 와닿더라.
'천하무적', '아이스크림'이나 '몽이 유랑단' 같은 노래를 다시 만들 수는 없으려나. 노래를 쭉 듣다보면, 이번 앨범을 낸 그가 어쩐지 가여워진다. 대책없이 으쌰으쌰하고 말릴 수 없을만큼 방정맞은 긍정의 기운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사람으로써, 언젠가는 그가 굳세게 일어났으면 좋겠어 진짜.
# Like A Fool - Keira Knightley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여주인공이 기타 하나로 부르던 곡으로 듣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And I have loved you anyway.. And I have loved you just the same.. Like a fool...'
내가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저 가사만큼은 가슴치며 들었다네.
#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 - 윤도현
헤어지고나면 모든 이별노래가 자기 노래 같다더니, 때마침 멜론 차트에 올라오는 신곡들이 모두 내노래일세-_-;; 술을 멀리하던 당시에는 "난 가끔씩 마시던 술도 마시지 않아. 혹시 술에 취해 또 너에게 전화해 너무 힘들다 말할까봐"에 격하게 공감하고, "나 없이 너는 행복한 건지.. 혹시 나만 아픈건 아닌지..."할때면 눈물샘 더 폭발하고.. 나중에 정말로 나만 아팠던 것임을 깨닫고나서야 재생목록에서 뺐는데, 많이 담담해진 지금도 가끔 한번씩 들어본다. 소주한잔 기울일때 듣기좋은 '가을 우체국 앞에서', '잊을게'처럼 안주삼아 듣기 좋을 것 같아.
# 사람의 마음 - 장기하와 얼굴들
월요일 아침 출근하고 사무실로 들어설 때 처음 들었다. "이제 집에 가자"라는 강렬한 첫소절을. 야근에 시달리던 한주를 끝내고 금요일 늦은밤 퇴근 길에 들었다면 분명 울컥했을 것 같은데, 나는 월요일 출근길에 들었더니 조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맘이 싱숭생숭해졌던게 문제였을 뿐 우울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칼퇴를 향한 의지가 불타올라서 업무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6시 땡하면 사무실을 나설 수가 있었으니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달까~
어떻게 이 노래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그가 말했다. 라디오 DJ를 하던 시절, 불금이라고 신나게 노는 사람들과 달리 밤12시 넘어서까지 야근하는 직장인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위로가 필요하다는 그들에게 노래로 답하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고. 그래서 나도 업무 때문에 유독 힘들었던 날은 퇴근 버스에 오를 때 찾아 들어봤다. 좋더라. 긴장이 풀리면서 묘한 기분도 들고. 편안해지는 게 좋더라.
"그냥 자자. 더 이상 생각할 힘도 없으니까"
"어찌된 일인지 이불 속에서 눈꺼풀을 깜빡깜빡 깜빡일 때마다 졸음은 달아나지만 일단 잠을 자자"
잡념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못 이루는 밤에 들어도 효과좋음
# 니 여자친구 - 유병재
이건 일단 뮤비부터 봐야함. 너무 병맛같지만 깨알보다 더 디테일한 가사가 반전ㅋㅋ
"
눈치채지 못했니.. 니가 혼자 나온 날, 그녀와 같이 나온 날
달라진 내 눈빛을, 조금은 어색해진 공기를..
더는 참지 않아! 더 이상 널 바보로 만들지 않아!!
우리 함께 지내온 시간들 빛 바래지 않도록 너에게 고백할거야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말할까 말까 했었지만 너도 아는 편이 낫겠지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너도 짐작은 했겠지만 니 눈에 보이는 게 사실이야 어헝-
내 말이 싫겠지만 원래 몸에 좋은 게 입에는 쓴 법이야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착한 여자인건 분명하지만
니가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그래.. 니가 볼 때만 예쁘다면 뭐라 할 수는 없어 하지만 객관적으로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조금 거칠게 말해서 씹다 버린 개 껌 같이 생겼어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모른척하고 싶겠지만 손으로 만져봐도 알 수 있어 어헝-
Narr) 카를로스 테베즈.. 흥선대원군.. 사육신 성삼문.. 삽살개.. 흰수염고래.. 깐깐징어..
다 걔보다 이뻐…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굳이 비교하기 싫지만 우리 고모부가 더 예뻐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만약에 예쁜 게 죄라면 그녀는 매번 훈.방.조.치!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그냥 그렇단 얘기야 그냥 그렇단 얘기야아아아 워허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나를 부정해도 좋지만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겠지
Narr) 헤어지라는 말이 아니야. 누구보다 너의 행복을 바래
다만.. 다만..
하늘이 푸르고 바다가 넓은 것처럼..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
아놔.. 씹다버린 개 껌 같이 생겼대ㅋ 우리 고모부가 더 예쁘대ㅋㅋ 하늘이 푸르고 바다가 넓은 것처럼 니 여자친구 못생겼대ㅋㅋㅋ 이거 때문에 카를로스 테베즈가 대체 누군가 검색해봤는데, 덕분에 신봉선의 드록바 이후로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축구선수를 또 한명 알게됐네ㅋㅋㅋㅋㅋ 어플 재생목록에 추가해놓고 하루에도 몇번씩 이 노래 들으며 혼자 낄낄대는중ㅋㅋㅋㅋㅋㅋㅋ
사육신 성삼문.. 을 듣자마자 '어라? 이걸 어떻게 알지? 공부 좀 했나??'했는데, 알고보니 머리 꽤 좋단다. 그가 얼마나 못생겼는지에 대해서 중학교때 국사 선생님이 알려줬는데, 지금껏 이거 알고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나레이션 듣고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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