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영화. 미드나이트 어떤 흔적
2021.12.25 17:37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코로나 때문에 극장 대신 집에서 컴퓨터로 봤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영화 본게 얼마만인지.
1.2배속 정도로 틀어놓고 중간중간 스킵하며 보는 드라마랑 다르게, 영화는 뭐랄까, 한호흡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인드로 오롯이 집중하는 자세가 달라서라고 해야하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도 한참동안 영화를 곱씹는 재미를 그동안 잊고 살아왔다니, 내가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 새삼스레 와닿더라.
아, 모처럼 보게 된 영화는 '미드 나이트'였다. 살인에서 쾌락을 느끼는 미친놈이 청각 장애를 가진 여자를 발견했을때, 흥미로운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알맞는 무기를 고르고 쫓아가는 모습이라니. 열심히 도망친 그녀가 미친놈의 눈길을 피해서 어떤 철문의 빗장을 열려고 열심히 흔들어댈때, 낡은 철제의 손잡이가 얼마나 크게 삐걱거리는지 미처 알지 못하는 그녀는 계속 눈으로만 불안하게 시야를 살피고, 고요한 지하 주차장에서 그녀를 찾아 헤매던 그가 삐걱대는 소리만으로도 상황을 눈치채고 몰래 다가가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심장이 쫄깃거리던지. 영화 찍는 내내 달리고 넘어지던 기억만 남았다던 주연배우의 인터뷰처럼 이야기내내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또 달리던데, 와아 어찌나 긴장감 넘치던지 내가 다 숨이 차올라서 헐떡거리더라. 타고난 악인에게는 그 어떤 서사나 당위성도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배우나 작가는 꽤 많았지만, 막상 그들의 작품을 보면 '저 놈에게도 뭔가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로 관객인 내가 싸이코패스 살인마에게 공감되는 거라고는 '피해자가 소리를 못들으니까 더 재밌는거구나! 이 과정 자체가 지금 너무 짜릿한거구나!!' 따위라서, 그게 제일 소름돋고 가슴이 쿵쾅거렸음. 영화가 끝나고 네이버평을 찾아봤더니 평점이 안좋고 개연성 없어서 별로라던 평들이 보이던데, 아니 무슨 영화의 재미가 스토리나 개연성만으로 이루어졌냐고요. 중간중간 허술하거나 늘어지는 장면도 있긴한데, 그정도야뭐 한국영화의 특수성이라치고, 스릴러 영화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거지.
거의 마지막에, "웃어??"라며 이성이 뚝 끊어지는게 보이는 것도 핵심 포인트.
크으...
이걸 크리스마스에 봤다고 하기엔 어쩐지 핀트가 나간거 같긴 하지만,
아주 오랜만에 보게 된 영화라서 그런지 정말 재밌게 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