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1 여유돋는 나들이 어떤 흔적
2015.05.27 21:32
0.
보고싶어서 벼르던 사진전이 곧 끝나갈 참이었다. 마침 3호선 라인이라서 운동이에게 "같이 볼래?"라고 제시했으나, 친구는 이미 다녀왔으며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길래 카페에서 티타임부터 가진 후 나홀로 전시장을 돌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가벼운 옷차림에 듬직한 운동화를 챙겨신고 외출 시작~!
1.
어느 카페로 갈까 인터넷으로 검색은 해보았으나, 그냥 발길 닿는대로 들어가자는 결론을 내리고 찾아간 곳은 대림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디라운지였다. 사실은 멀리 둘러보기 귀찮아서 전시관 바로 옆으로 간건데, 횡재한 기분이었다. 아메리카노는 한잔에 2천원이었고, 카페 안쪽의 야외정원은 이국적인 휴양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 있지. 정원 한켠에 놓인 해먹에 번데기처럼 파묻혀보기도 하고, 그늘 아래 빨간 스프라이트 접이의자에 거의 드러눕듯이 기대앉아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며 한가롭게 노닥거리는데, 요즘의 나는 참으로 평온한 상태라고 자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몸과 맘이 힐링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몇몇 다른 사람들이 정원으로 들어왔으나 뜨거운 햇빛아래 놓인 의자에는 차마 앉지 못하고,
그늘에 떡하니 자리잡은 우리를 향해 부러움과 질타의 시선으로 흘깃거리다가 금세 사라졌다.
애석하게도 카페를 나서기전까지 나는 이자리를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오. 허허...
노닥거리고 있는 나를 운동이가 도촬했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했고,
다들 여기가 어디냐, 혹시 여행간거냐고 물어서 전시회 근처의 어느 카페라고 답하자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냐며 놀라워했다. 물론 여기 정원이 기막히게 예쁘긴 했지만, 저런 샷은 운동이가 찍어서 나온거라구~! ㅋㅋ
2.
점심시간이 되자 친구는 먼저 돌아갔고, 나는 조금더 눌러앉아 음악 들으며 노닥거리다가, 아쉬운 맘을 뒤로한채 카페를 빠져나와 원래의 목적지였던 대림미술관으로 입장했다. 작년 겨울부터 열렸던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은 간다간다 맘 먹어놓고 매번 취소하다 놓쳐버린 줄 알았는데, 며칠전에 단톡방 친구로부터 "다녀왔음!"이라는 소식을 듣고서야 전시일정이 연장되었음을 알았고,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각오로 전날밤 진통제까지 챙겨먹으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나선 관람이었다. 미술관에서 출시한 어플로 가이드를 챙겨들으며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2층에서 4층으로 오를때는 작품마다 집중해서 보고, 거꾸로 4층에서 2층으로 내려올 때는 맘에 들었던 작품을 골라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그중에서도 발가락마다 다른 색의 매니큐어를 칠한 채 주스컵을 집는 장면은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전시장을 오르내리는 동안 두번만이 아니라 네다섯번은 다시 찾아가보면서 빙그레 웃어버렸다. 사진전을 다녀왔다던 다른 친구도, 이사진이 맘에 들어서 자기도 찍어왔노라 했다. 왠지 모르게 사람을 잡아끄는 사진이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는가!
개들과 찍은 사진. 가족셀카. 컨셉셀카.
새끼돼지와 함께한 사진의 몽환적인 색감이 너무 좋아서 엽서로 두장이나 구매하고,
사진전의 대표작은 엽서는 물론이거니와 내방 책장 옆에 붙일 포스터까지 구입해버렸다.
그리고 동생에게 돼지 엽서를 선물로 건네며 깨알자랑까지~ ㅋㅋ
3.
한시간에 걸쳐 꼼꼼히 관람을 마친 후,
근처 수제돈까스 집에서 치즈돈까스를 먹으며 김제동의 톡투유 동영상을 보고
4.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내 바로 앞에서 갑자기 어떤 건물의 자그마한 문이 열리더니 젊은 남자가 액세서리가 가득한 판매대를 들고 나와 길거리에 놓더라. 가던 걸음을 멈추고 슬쩍 눈으로 훑어보려는데 어머나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뜬금없이 길 한복판에서 이렇게 취향저격을 당할 줄이야! 딱 내가 찾던 스타일의 액세서리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었고, 심지어 단박에 내눈을 사로잡았던 집게핀은 개당 천원이래! 명동 바닥에서 투박한 모양의 무거웠던 집게핀이 4천원씩이나 하길래 얌전히 포기했던 나였건만, 순간 이성을 잃고 머리핀과 더불어 머리띠와 머리끈까지 쾌재를 부르며 총 14,000원어치를 그자리에서 당장 질러버렸다. 그렇게 이날의 득템은 사진전의 엽서와 포스터에서 액세서리들로 바뀌었다나ㅋㅋ (그후로 며칠동안 두고두고 뿌듯해할 정도로 맘에 쏙 드는 충동구매였다! 다시한번 뿌듯뿌듯!!)
5.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환승하려고 내리는 순간, 나는 곧 뭔가에 홀리듯이 조계사를 향해 들어갔다. 곧 있을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화려하게 치장한 조계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쁜거 있지! 화려한 색등이 천장가득 매달려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소중한 염원이 하나씩 달려있어서 어쩐지 경건함까지 들더라.
6.
그렇게 '카페-사진전-돈가스-액세서리-조계사' 나들이 일정을 모두 마치고서야 집으로 귀환..
전날 챙겨먹은 진통제의 약빨은 이미 다 떨어졌고;; 주말까지 며칠동안 앓아누웠다는 후일담으로 마무리하련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