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휴가인가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2.05.25 18:24
휴가다. 드디어, 두달만에 휴가를 써본다.
몸이 고장나는 신호가 느껴진다고, 나이제 진짜 못버티니까 하루 쉬겠다고 강짜를 부리고서야 드디어..
어흑, 근로자로서 너무도 당연한 권리였던 월차를 이토록 어렵게 쓰는건 내가 여기 PM인데다가, 대환장 파티의 서막을 알리는 통합테스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겠지... 그래 그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한거 아니냐고요ㅜㅜㅋㅋ 내가 두번다시 금융권, 특시 손보사 플젝에 관리자 노릇하러 가나봐라, 라고 매일 울부짖자 친구들이 "담에 또 돈에 홀랑 넘어갈 것 같은데..."라며 고개를 젓더라. 그렇다면 그땐, 여기에 썼던 일기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요근래 썼던 몇개만 다시 봐도, 학을 떼며 손절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주부터 아랫집 슈퍼에서 공사를 시작했다며, 그놈의 드르륵 쾅쾅 쩌러렁 소리 때문에 짜증나서 죽을 것 같다던 엄마의 신경질이 이어졌는데.. 오늘 내가 집에 있어보니까 이정도면 뭐, 그럭저럭 괜찮은데? 오늘따라 엄마는 일하러나갔고, 모처럼 휴가인 나는 거실창문까지 활짝 열고서 혼자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으니까 공사소음따위 뭐ㅋ 아무리 시끄러워도 사무실에서 영혼이 갈리도록 일하는 것보다는 낫더라고ㅋㅋ 공사 때문인지 유독 먼지가 심해서 결국 좀전에 창문을 다시 닫기는 했지만, 선선한 바람도 딱 알맞고말야. 팟캐스트로 조기평전에 대한 쪼랭의 입담을 들으며 후라이팬에 치즈를 구워먹고 입가심으로 수박까지 먹으니까 왜이리 기분이 좋다니. 거실 한쪽에 동그란 방석 위로 몸을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자고있는 하늘이를 구경하다가, 나도 곧 다시 벌러덩 누워서 뒹굴거리며 생각했다.
역시 나는, 삶의 워라밸이 너무도 중요한 사람이구나.
내삶에서 여유라는건, 그저 생기면 좋을 옵션이 아니라 필수불가결인 조건이었어.
갑자기, 하고싶은 일들이 생겨난다.
오늘밤은 이북리더기에 담아둔 책을 읽다가 잠들고 내일 점심은 나가서 사먹은 담에 사무실 탈주해서 카페타임도 가져봐야지.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머리자르러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조만간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보려면,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뒀던 하늘색 캐리어부터 꺼내서 닦아놔야지.
다시,
설레는 시간들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