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나날들 - 4. 대환장은 언제 끝나지?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2.02.14 13:14
고작 3주만에 돌이킬 수 없는 좌충우돌을 너무 많이 겪었으니, 더이상은 없겠지라고 한시름 놓았던게 잘못이었을까.
윤과장이 뒤통수치며 나가버렸고, 나는 그래서 졸지에 pm까지 떠맡게 되었다.
윤과장... 이..이.. 개쓰레기라는 쌍욕도 아까운 새끼...
pm이라는 직책을 달고 들어와서 두달동안 아무것도 안한건 둘째치고, 퇴사할 예정이라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이 미친놈은 금요일 오후 4시쯤 본사로부터 정차장이 와서 '윤과장이 오늘부로 퇴사합니다'라고 말할때까지 입도 벙긋 안했다. 와아, 나진짜 이런 개쓰레기는 듣도보도 못했네? 아무리.. 있어도 골치, 없어도 골치였던 존재라 해도 이건 아니잖아?? 지가 이대로 나가버리면 그 역할까지 죄다 내가 하게 생겼는데, 책상을 마주보고 앉았으면서 어떻게 단 한마디도 안하냐고. 심지어 pm이라는 새끼가 퇴사 당일에 오후 4시가 되도록 자기 입으로 말을 못해? 어쩌다 한번씩 회의실에 마주앉아서 업무 얘기를 할때마다 극도로 긴장하면서 말도 잘 못하고 얼굴과 손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라 좀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한테만 그러는게 아니라 고객사 담당자들과도 말을 못해서 여태까지 문자로만 대화했다는 얘기에 기가 막혔지만, 소통도 못하고 일도 안하는 주제에 욕심은 많아서 날 붙잡고 시비걸다가 도리어 탈탈 털리더니 회사에 돈 더 달라는게 안먹히니까 뒤통수 치듯이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하루아침에 때려친 것이다. 그냥 곱게 보내주기엔 너무 빡쳐올라서,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이건 제가 마땅히 화를 내야할 일입니다'라고 못박으며 끼어들지도 못하게 만들고, '지금 정차장님이 말씀하시기 전까지, 왜 본인 입으로 저한테 한마디도 안하셨어요? 제정신이에요?'라며 다다다닥 지랄해버렸다. 자기도 그날 아침에야 퇴사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서라고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씨부리던데, 그딴것도 변명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기본이 안된거라고 되받아치며 존나 노려봤음. 나원래 빙썅짓도 잘하지만, 눈빛만으로 기분 더럽게 쌍욕하는걸 더 잘하거든.
살얼음 같던 간이 회의를 마치고, 이대로 보내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당신이 작성중이라던 문서 두개를 제대로 완성해서 메일로 보내놓고 가라했는데, (문서1은 초딩을 데려다 시켰어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을만큼 죄다 오타 투성이었고 내용도 엉망진창인 시트 한개짜리 엑셀파일이길래 다시 만들라고 했었음.) 이 시발롬이 '에'라고 답문마저 오타로 보내놓고는 결국 끝까지 메일 안보내고 튀어버렸다는걸 오늘 아침에 출근하고서야 알았다. 와아...
내가.. 프리생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꽤 많은 일을 겪어보고 온갖 또라이와 똥멍청이들을 다 만나봤지만,
이런 희대의 병신 개쓰레기는 첨보네??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편두통은 이제 귀 근처에 손을 갖다대기만 해도 멍든 것처럼 아플 정도였지만,
어쨌든,
한시름 덜어주는 개발자 2명이 왔는데 기존의 쓰레기 3명이 모두 나갔으니 물갈이가 된 셈이었고,
대환장 스토리가 생길때마다 위기를 기회삼아 몸값을 협상하다보니 월급은 천만이 넘게 되었고 (살다보니 이런날이...)
결국 PM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내뜻대로 진두지휘가 가능해지니까 막막하기만 하던 플젝이 방향도 잡히고 빛도 보이고..
더이상의 대환장 없이 이대로 플젝 끝날때까지 잘만 버텨내면,
가뜩이나 일 잘하기로 소문났던 나는 이제 사업관리 능력까지 검증되는 건데...
과연 대환장이 여기서 끝난걸까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