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나날들 - 3.춥고.. 힘들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2.02.04 21:45
연휴에는 늘어지게 뒹굴대면서 웹소설이나 실컷 읽고 머릿속에 맴돌던 온갖 잡담을 일기로 쓸 예정이었으나,
인생이 뭐 계획대로 흐르겠는가. 연휴 첫날부터 밀린 숙제라도 하듯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염색한담에 배터지도록 실컷 먹다가 정말로 배가 터질것처럼 탈난게 시작이었다. 홈페이지 도메인 만료일이 지난 줄도 몰라서 방치된채 연휴내내 블로그에 들어올 수가 없었고, 반드시 챙겨듣겠다던 강의는 열어보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웹소설 다읽고 중간에 너구리랑 이사벨과 모여서 수다타임도 가졌으니 연휴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 쳐야지.
어느덧 플젝에 투입된지도 3주차였고, 벌써 내일이면 주말이다.
이번주는 월/화/수 3일의 연휴가 껴있고 새로운 인력이 추가되니까 좀 덜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미쳐따.. 목/금 달랑 이틀동안 또 어찌나 빡세던지, 고작 2일만에 얼굴 팔자주름 깊게 패인거 실화냐..;ㅁ;
드디어 개발자 2명이 출근했는데 거래처 담당자는 이번주내내 명절연휴+백신휴가로 자리에 없어서.. 나는 하루종일 직접 해당부서의 직원들을 찾아서 온갖 권한 신청하고 장비 세팅하고(세상에.. 내가 하다하다 개발자들 pc의 개발환경세팅까지 하게 될 줄이야..) 그와중에 그들을 위한 업무 가이드 문서까지 만들어 배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놈의 업무 정리병은 진짜.. 가이드 문서 보더니 킴과장이 '인수인계 용도냐'고 감탄하더라ㅋㅋ)
근데 오늘 아침은 갑자기 왜 접속 에러가 뜨더니 소스가 뒤바뀐거고, 특정 화면 로딩은 갑자기 왜 오래걸리는거니. 왜? 왜 하필 오늘?? 담당자들 죄다 휴가로 자리에 없는거 알고 누군가 장난친거야?? 도대체 뭐때문에 쉽게 풀리는 일이 없냐고요!! ;ㅁ;
개발자들에게 업무 방법 알려주고 샘플보며 참고해서 활용해보라고 지시했는데, 너무 버벅거리고 헤매는 그들의 모습에 잠시 현기증이 일어났으나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럴거야'라고 마음을 다잡아보며, 다시 최선을 다해 알려줬다. 그리고 마침내 퇴근전에 '며칠만 더해보면 될 것 같아요'라는 반응을 듣고서야 겨우 한시름 내려놓고 긴 한숨을 내쉬었잖아. 어우, 그전까지 숨도 제대로 못쉬고 일만 한듯.. 이래서 팍팍 늙는구나 싶었다ㅜㅜㅋㅋ
사무실이 워낙 오래된 건물인데다가 난방기를 틀어봤자 윗공기만 좀 덜 차가울뿐, 다리는 이러다 동상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싶을만큼 추워서 매일매일 퇴사충동에 시달리는중. 한겨울에도 얼음을 씹어먹어야 속이 풀리는 얼죽아였던 내가, 이 사무실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아침마다 제일 뜨거운 음료를 사와서 핫팩삼아 손을 녹이고, 엄마에게 부탁해서 종아리 전용 토시를 만들어 감싼담에 두꺼운 무릎담요를 둘러도 추운게 말이 되냐고요. 그러다 3시쯤 되면 상반신은 덥고 하반신은 추워서 덜덜덜.. 사무실인데도 오후가 되기전까지는 패딩을 벗을 수가 없음. 아니 내가 이나이에 이딴데서 일하게 될 줄이야? ;ㅁ;
라디에이터 사주기 전까지 미니 온풍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어제오늘 유독 추위가 매섭더니 정말로 동상 같은 증상이 오는건지 다리가 너무 무겁고 딱딱한데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가려워서 괴롭다. 오죽하면 어제부터는 집에서 잘때도 두터운 니삭스 껴신고 자겠냐고ㅠㅠ 나원래 잠잘때 헐렁한 수면양말도 답답하다고 벗어댔는데말야. 매일 반나절씩 추위에 시달리면 보일러로 훈훈해진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 써도 몸에 한기가 쉽게 가시질 않는다.
하아...
너무 춥고... 그래서 더 힘들다.....
근데.. 이전 회사는 최팀장을 필두로 점점 더 대환장의 나락으로 빠져서 박부장님 팀으로도 되돌아갈 엄두가 나질않고(그팀의 똥멍충이 기획자랑 안싸울 자신이 없음ㅋㅋ) 이곳의 북극처럼 춥고 삭막한 대환장은 조금만 더 고생하면 아무때나 자유롭게 반차쓰고 쉴 수 있는 고연봉의 자리라 지금 당장 때려치는게 아까워서.. 어영부영하다가 벌써 3주가 지나버렸.... 하하
이왕 이렇게 된거 상반기는 버텨야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