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갑자기 또 다리에 통증이 심각해져서, 화장실 오가는 것도 목발에 의지해 겨우 다녀올 정도로 아팠다. 병원에 안가도 되겠냐는 걱정을 귓등으로 들으며, 무릎에 파스로 도배하고 진통제 챙겨먹으며 잠이나 실컷 잤는데, 왜냐하면 병원에 가봤자 똑같거든. 이런 일 생길때마다 병원가서 사진찍고 진찰받으면 진통제 먹고 당분간 다리 쓰지말라는게 다였고, 오히려 아픈 다리로 나갔다오는게 더 증상을 악화시켜서 다시 나아지기까지 시간만 더 걸렸으니까. 차라리 집에서 꼼짝말고 찜질이나 하면서 며칠동안 푹 쉬는게 낫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상약으로 챙겨둔 진통제를 털어먹고 잘 쉬었더니 오늘 아침에 눈뜰때는 통증이 가라앉아서 다시 목발없이 일어섰고, 마침내 나도 4일만에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하아.. 이유가 없숴, 이유가. 

그동안 갑자기 아플때마다 어떻게든 이유를 갖다붙여서 둘러대곤 했는데, 사실은 언제나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계단을 올랐을 뿐인데 다리뼈가 부서져서 몇년을 고생했던 일도 '계단에서 넘어졌어요'라는 거짓말로 둘러대던 것처럼, 평소보다 무리를 했다거나 격하게 움직여서 몸이 놀랬다보다라고 핑계를 만들었지만, 사실은 그럴만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고. 의사들마다 나더러 선천적으로 타고나서라는데, 의자에서 일어났을 뿐인데도 인대가 늘어나고 근육 망가지는거면 그게 맞는 말이겠지 뭐. 왜 또 아픈거냐고 묻는 질문에 이번에도 습관처럼 이유를 만들어내려다가, 순간 짜증이 솟구쳐서 못된말이 튀어나오려는 내자신에게 놀라면서 '그냥~'이라고 겨우 둘러댔는데, 어우야... 하마터면 엉뚱한 곳에다 화낼뻔했네. 괜히 이런걸로 에너지 쏟지말고 앞으로도 '그냥~'이라고 대충 대꾸해야지.



담주부터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니까 이번주는 신나게 놀려다가 다리 아파서 좌절되는 바람에 기분이 가라앉았었나본데, 이미 평일은 다 지나갔고 다리는 다시 나아졌으니 단념할건 단념하고 평온하게 지내야지. 강의나 마저 듣고 이따가 저녁은 치킨이나 시켜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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