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아~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2.01.10 22:51
지난주 금욜은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바로 전날까지만해도 온종일 한숨을 푹푹 내쉬던 내가, 그날만큼은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한숨 대신 콧노래를 부르고 있더라. 며칠동안 인사도 씹어대던 팀장놈은 갑자기 또 쿨병이 도졌는지 마지막에 커피 한잔 사주며 아름다운 이별인척, 정리 다 끝나면 일찍 가도 좋다며 생색을 내던데, '도랏나. 생색은 여름휴가를 아직도 못쓰고 죽어라 고생하며 일해준 내가 내야지, 왜 지가 생색내고 지랄인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역시 겉으로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털었더니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세상에, 나 여기 정말 너무 오래 다녔구나, 진작에 그만둘걸!!
토욜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이게 몇년만이니, 코로나 터지기 전에도 못봤으니 3년전인가!'라며 반갑게 놀았고, 경기도 쪽으로 이사간 후로 서울은 거의 나와본 적이 없다던 녀석이 '코 베일지 모르니까 손잡고 다니자'라며 너스레를 떠는게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이제는 종종 더 만나보자는 약속으로 아쉽게 헤어진 후, 우리 동네 카페에서 놀고있다던 이사벨을 찾아가 또 한바탕 수다떨고 업무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며 조언과 함께 과제를 건넨담에 잠시 멍때리니까 얘가ㅋㅋㅋ '언니? 방전됐구나!'라며 집으로 돌려보내줌ㅋㅋ 그러게, 어쩌다보니 하루에 두탕을 뛴 셈인데 40대로 접어든후로 이런 스케줄이 첨이라 나도 놀랬다.
대신 일욜은 하루종일 뒹굴며 푹 쉬고,
본격적으로 백수의 하루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늘은 안국역 근처에서 친구랑 놀면서 시작^^
스콘이 맛있다길래 찾아간 카페는 자리에 앉고보니 영락없이 인스타용 카페라 오밀조밀했고, 가볍게 1차로 먹고놀다가 만만한 스벅으로 옮겨서 좀 더 널널하게 2차도 즐겨봤다. 아무리 백수라지만 손이 왜 이렇게 하얀거냐고 제발 밖에서 햇빛 좀 쬐라는 조언을 마지막으로 들으며 오늘의 짧은 만남도 마무리하고, 어쨌든 올해는 꼭 또 보자며 헤어졌더니 저녁이더라. 회사 일로 온몸이 갈려나가도록 일할 때는 하루가 흘러가는게 그저 힘들기만 하더니, 좋아하는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떠는건 어쩜 그렇게 시간 가는게 아깝고 좋기만 할까. 이제는 나도 새로운 곳으로 옮기니까, 이런 시간을 종종 챙기면서 지내봐야지.
한참 어린 친구들과 만나다가 모처럼 내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별안간 업무파트가 달라지는 친구도, 복직을 앞두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 친구도. '너처럼 새로운 환경을 앞두고 두려워하기보다 설레이는 사람은 드물어. 특히 나이들수록 더욱더.'라며 나의 성향을 추켜세워주길래 앞에서는 으쓱거렸지만, 그들은 나보다 더 끈기도 있고 잘 인내할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이라서 아마 나보다 훨씬더 잘해내지 않을까. 훨씬 더 늦게 출발했던 내가 지금 신나게 달릴 수 있는건, 몇 발자국 앞서 가면서도 늘 잊지않고 응원해주는 친구들 덕분이니까.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걱정하는 대신 잘해낼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힘내라고 해본다.
자.. 그럼...
낼부터는 실컷 뒹굴거리면서, 강의나 들어볼까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