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시죠. 그렇게는 안되겠고요.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원래 오늘내일 휴가내고 푹 쉬려던 계획은,

존과장의 사정으로 내 일정을 확 바꿀 수밖에 없어서 급히 휴가 취소하고 재택근무중.


아침부터 메일 보내고, 확인하고, 스트레스로 잠시 누워있다가 월차내고 집에서 쉬는 동생이랑 엄마를 꼬셔서 고기 먹고 왔다. 고기에 비냉까지 든든히 먹고 돌아와서 다시 화면 분석하면서 일 하고.. 그러다 잠시 늘어져서 뒹굴거리다가 일하고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밤9시가 넘어버렸네. 그리고 좀전에 팀원들 일정표 확인하다가, 다음주내내 업무가 불가능하다던 존과장이 다시 업무가능으로 바뀌면서 그의 업무를 떠맡느라 내가 오늘내일 휴가를 취소했던게 수포로 돌아갔다는거 확인후 또 다시 현타오고 급좌절... 

하아... 나 오늘 왜 휴가 취소한거야?? ㅜㅜ



어제 퇴근길에 최팀장에게 전화로 "팀장님. 급히 맡게된 업무 일정 때문에 어쩔수없이 제가 내일과 모레 휴가를 취소해야겠어요. 1월로 미루겠습니다." 라고 보고했을때, "네. 그렇게 하시죠." 라는 반응에서 잠시 기막혔던건, 이거 원래 팀장이 나한테 미안해하면서 휴가 취소해줄수 있냐고 제안해야 하는거 아니냐고요. 근데 오히려 내가 먼저 나서서 휴가 취소하고 일하겠다고 하면 고맙다거나 수고가 많다고 해도 모자를판에 "네. 그렇게 하시죠."가 끝이라니?? 심지어 나 이거 여름휴가 아직도 못가고 미뤄서 이번에 겨우 신청했던건데말이지??? 쓰게 웃으며 "저 너무 힘든데, 휴가 하루 더 주세요~"라고 했더니 대뜸 "그렇게는 안되겠고요."라고 해와서, 안그래도 이새키랑 도저히 일 계속 못해먹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근데, 내가 그만두면 다른 팀원들 어쩌나'라는 부채감에 계속 그만둘까말까 고민하던 내자신이 너무도 미련했구나, 싶어서 또 다시 현타가 오지게 왔다. 짧은 통화가 끝나고 30분넘게 삐이-하는 이명에 시달리면서 나는 마침내 결심을 굳혔음.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그동안 최팀장과 업무적으로 얽히면서 빡쳐왔던 일들이 한꺼번에 파노라마처럼 촤라락 머릿속에 펼쳐지고, 그래서 내가 지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어찌나 힘든지 자꾸만 몸이 아파오는데, 앞으로도 저놈 때문에 힘들고 아플게 뻔하니까 도저히 안되겠다. 내가 너무 아파서 아침에 출근도 못하고 전화로 급히 병가 신청하고 병원가서 링거만 3시간 넘게 맞았던건 2014년 이후로 처음인데, 아픈건 좀 괜찮냐는 말한마디가 없었단 말이지, 이 싸가지 없는 새끼는. 팀원들의 업무까지 관리하느라 여기저기 쏘다니며 미친듯이 상황 정리하고 업무처리하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따위는 관심도 없고, 그저 오오 정리가 챡챡 되고 마무리가 잘 되는군.이라며 나한테 관리자 역할 떠맡기면서 자기는 철저히 방관자로써 모르는척. 내가 필요한것들 업무 지원 요청하면 자기 기분이 별로라서 안된다고 지랄하지않나. 아니 세상에, 관리자가 업무 상황 정리하고 조율할때 자기 기분 들먹거리는게 말이돼? 미친거 아냐??



하아..  나야말로 안되겠다. 돈이고 나발이고, 때려칠래. 

차라리 여기 그만두고 겨울이 끝날때까지 집에서 쉬는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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