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기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1.12.01 13:24
요즘 매일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퇴근할 시간이면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
보통은 퇴근해서 현관문 열때, 자다말고 기지개를 쭉쭉 펴가며 느릿느릿 다가오는 울 꽃도령 하늘이 자태에 회사 스트레스 따위는 대부분 날려버리는데, 요즘은 밤에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아도 업무 생각 때문에 울분이 솟구쳐서 눈이 번쩍 뜨이는건 물론이고 그 한밤중에 하아 시발, 쌍욕이 나오기 일쑤랄까. 어쩌다보니 퍼블들의 모든 플젝을 내가 파악하고 방향잡고 가이드 제시하고 이슈체크하는 pl역할을 떠맡게 되었는데, 그래서 온갖 플젝팀 사람들과 회의에 미팅에 메일링까지 다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십개의 안건도 처리하고 협의하느라 정작 내 작업화면은 며칠동안 손도 못대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도대체가, 대기업이면 뭐하냐 업무시스템이 소형 에이전시보다 개판인데! 플젝은 수두룩한데 담당자가 계속 바뀌고 히스토리도 안남기면 어쩌란 말인가. 화면 스타일링 업무는 퍼블쪽 영역이건만, 개발자가 맘대로 css를 수정후 통보도 안하는 문제 때문에 환장하겠다. 개발자는 분명 어떤 화면 이슈 때문에 명확한 이유로 수정하고 해결했겠지만, 어쨌든 css를 관리하는 파트는 퍼블인데 소통을 안하고 넘어갔으니.. 추후에 기획으로부터 수정요청 왔을때 퍼블은 자기가 갖고있는 수정전의 css를 또 수정해서 넘기고 그걸 그대로 바뀐 개발자가 받아서 덮어버리면, 그 이전 담당 개발자가 수정했던 내역이 사라지는 바람에 수정하기전까지는 화면이 말짱했던게 퍼블쪽 css 때문에 틀어졌다고 주장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잡고 교통정리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 회사의 모든 플젝이 이따구로 흘러왔다는게 존나 딥빡. 작년부터 내가 맡았던 플젝들은 당연히 업무 프로세스 정리 다하고 기획/디자인/개발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확인하면서 저런 문제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서 몰랐는데, 이 회사 다른 퍼블들은 이바닥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상식적인 업무 프로세스고 나발이고 걍 시키는대로 하지요라면서 같이 망치고 불만불평만 해댔던 것이다. 팀장이 나더러 앞으로 퍼블쪽 모든 플젝을 관리해달라길래 알겠다고 답한뒤 하나씩 까보다가, 까면깔수록 울화통 터지는 히스토리에.. 하아, 나 진짜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ㅜㅜ 이럴거면 차라리 나한테 팀장직을 주고 퍼블팀 따로 만들던가! 이건 뭐, 교통정리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교통이 뭔지 정의부터 해야할 판국이라 할일이 너무 많아서 나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할지 막막한데, 그중에서도 제일 열받는건 나 아직 재계약 협상 안됐다는거.. 아직 돈 더 올려받는 것도 아닌데 관리자 역할까지 떠맡은게 제일 열받고 억울하더라. 그래서 며칠전에 인사팀으로부터 재계약 관련 메일 받자마자 금액 완전 크게 질러버렸고 관련 면담약속이 내일로 잡혔는데, 원하는대로 안맞춰준다면 나도 굳이 여기서 개고생하지말고 나가야겠다고 결심을 굳힌터라 오늘은 비교적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어우.. 나오늘 모처럼 재택근무 중인데...
오전내내 숨쉬는 것도 잊어버릴만큼 너무 바쁘게 일해서 또 빡쳤다가,
문득 내 옆에서 세상 모르게 곤히 잠든 하늘이 모습 보니까 스르륵 풀려서 잠시 쉬어본다.
그래. 이참에 협상결렬로 그만두면 이번 겨울은 집에서 녀석이나 쓰다듬으며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