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느끼는 오징어게임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지난달, 추석연휴에 나도 오징어게임을 봤었다.

내 추천으로 동생이 뒤늦게 볼때 옆에 앉아 같이 또 볼 정도로 재밌게 봄.

넷플릭스에서 가장 핫했던 국내 드라마들 중에서 킹덤이나 스위트홈은 기대와 달리 별로 흥을 못느낀데 반해서 오징어게임은 너무도 취향에 맞았던 이유를 깨달았는데, 나는 시각적 자극에 아주 민감해서였다. 킹덤/스위트홈은 주구장창 화면전체가 축축하고 더럽고 지저분하지만, 오징어게임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피나고 상처날뿐, 바닥이 피와 시체로 더러워졌다가도 곧 청소되어 사라지고 무대는 언제나 귀엽고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한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놀이로 접근'이라던가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성에 대한 고찰' 같은거 다 제쳐두고, 내 취향에는 공간미술에 대한 만족감이 제일 컸음ㅇㅅㅇ! 그래서 오징어게임의 돈과 게임으로 진행되는 신파적 이야기에도 몰입이 잘됐고, 매우매우 재밌게 잘 봤다.


간혹 미드를 보면,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스타워즈 빠돌이들이 주기적으로 모여서 봤던거 또 같이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래서 이번의 세계적인 돌풍이 더욱더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전문가들이 오징어게임으로 인한 넷플릭스의 가치를 몇조로 확 올린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가상현실/메타버스가 활성화된다면 미디어/엔터가 월등하게 솟구칠거라 장담했을때 어떤 친구는 '굳이..? 왜??'라며 이해를 못하던데, 이미 미국 어느 대학 교내방송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오자마자 전교생이 그자리에 서서 얼음처럼 굳어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만 봐도 충분히 기대할만 하지 않을까. 메타버스로 그 현장에 찾아가서 사람들이랑 죽음의 게임하면 얼마나 존잼이겠어! 그래서 이제 슬슬 내 주식계좌의 골칫덩어리 반도체들은 살금살금 정리해서 엔터로 갈아타보려고.




오징어게임의 열풍이 대단하긴 대단한게,

전세계 곳곳에서 무궁화 놀이를 하고 달고나세트가 불티나게 팔린다더니 주식장도 대난리.

(주식쟁이들이 마구 만들어내는 짤들이ㅋㅋ 진짜 기상천외한게 너무 많다ㅋㅋ)


그 열풍이 불기도전에 친구에게 강추했던 킹스토리는 오징어게임 때문에 미디어 전체가 들썩거리며 크게 올랐고, (친구가 고기 사준다고 함^ㅁ^) 나는 전고점 도달했을때 싹다 정리했다가 3일만에 20%가 뚝떨어진날 다시 주워서 다음날 급등했을때 팔았더니 도합 300만원으로 100만원을 벌어서, 손해가 심각하던 -50짜리 두개를 같이 정리할 수 있었고, 이참에 사고싶었던 것들로 잘 갈아탔다. 

근데 지난달에 손절했던 뉴가 너무 아쉬워서 눙무리ㅜㅜㅋ 13000원대에 샀다가 주루룩 미끄러길래 조심스레 물을 탔지만, 두달이 지나는동안 우상향 차트 깨지고 역배열로 돌아서더니 석달이 지나자 8천원대까지 내려가서, 와 이건 더이상 답이 없구나라며 눈물로 손절했는데.. 이거 지금 역사점신고가 갱신하며 17000원이 넘어가는거 실화냐.. 워낙 소액만 사서 손절금액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너무너무 배가 아프잖니ㅠㅠ 주식은 기다림의 미학이라던데, 미학은 개뿔... 아예 어플 꺼놓고 1년에 두세번만 들여다볼거 아니면 못기다린단말이지. 노답이라고 판단해서 손절로 정리한 종목들의 대부분이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때라도 손절하길 잘했구만' 싶지만, 그중에 네다섯개는 뉴처럼 오히려 그때 물타고 존버했어야하는 것들이 있다. 익절보다 어려운게 손절이라더니, 아오 아까워ㅜㅜㅋ


하지만 신나는 일도 또 있지~

지난주에 엔터나 살살 모아야지, 라고 일기에 쓰고 오랜만에 제왑삐를 샀었다. 일주일동안 매일 시가보다 호가 두세개쯤 아래에 걸어놓고서, 매수가 체결되면 '이러다 못가는거 아닌가'라며 아쉬워하고 안사지면 안사지는대로 '저가에 못주웠네'라며 아쉬워하면서 대강 하루에 10개씩 모았는데... 아놔, 그게 오늘 터졌습니다?!?!! 아니 나 장기로 조금씩 줍줍중이었는데, 오늘 대체 왜 급등한건지 누가 설명좀?;;; 장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더니 전고점을 넘어가길래 기계적으로 절반을 익절했는데, 잠시후 신고가를 갱신하며 10퍼넘게 오른거 뭐지.. 아까 절반 팔면서 안전마진 챙겼다고 좋아했던거 후회되네ㅜㅜㅋㅋㅋ 저점매수는 기술이고 고점매도는 예술이라더니, 이번에도 기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역시나 예술은 실패했다. 그래도 아직 절반은 남았으니 조정 올때마다 또 살살 모아봐야지. 원래 엔터주 대장은 수만이형이었는데, 한번쯤은 제왑삐오빠가 대장해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내자신 칭찬해~ (엔터주들 중에서 제일 싸서 샀지만ㅋㅋ) 그저께부터는 블핑 생각하며 약쟁이도 같이 샀었는데, 제왑삐 다음은 약쟁이가 아닐까 싶어서 벌써 설렌당. 



난 보통 한 종목에 100~200만으로 사고 300만을 넘기질 않는 소심형 개미라서 10% 수익이라 해봤자 20만원 안팎이지만, 

한동안 거의 모든 주식이 벼랑으로 내리꽂혀서 손절하느라 속쓰리다가 아주 오랜만에 몇개 수익보니까 너무 신난다.

(하지만 여전히, 올초와 수익이 똑같... 본전이지. 하하하)




그저께, 사무실로 출근한김에 근처 블루보틀에서 원두를 사와서 오늘은 모처럼 핸드드립으로 내려봤는데, 완전 대만족.

이제 남은 오늘은 주식도 끄고 오징어게임이나 한번 더 보면서 오후업무를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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