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폭풍 쇼핑을.. 하루, 그리고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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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동네 매장에서 운동화를 살까 고민이라는 동생말에,

안그래도 나역시, 걷기운동을 위한 런닝화가 필요하던 참이라 '운동화는 나이키고 나이키는 김포아울렛이지!'라며

전기장판 틀어놓고 뒹굴거리는 엄마..를 급히 흔들어 깨우고 셋이서 훌쩍 떠났었다.


와.. 운동화는 나이키고 나이키는 김포아울렛이지,라는 생각을 나만 한게 아니었는지,

아울렛의 그 수많은 매장들 중에서 여기만 사람이 바글거리고, 예약시스템으로 운영하는거 있지.

핸폰으로 간단히 예약걸어놓고 순번에 맞춰 입장하는데, 회전력이 좋아서 금방 들어갔지만 매장 입구 근처에서 벌써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예약시스템 없이 무조건 들어가게 했다면 진짜 가관이었을 거다. 원래 뉴발에서 사고싶은걸 찜했다던 동생은 막상 나이키 운동화를 신어보더니 맘에 쏙 들어하며 샀고, 나는 나대로 신어보자마자 다른 차원을 경험하게 된 런닝화를 샀다. 직원에게 발이 가장 편한 걸로 추천해달라 부탁하고 그를 따라가서 처음 런닝화를 봤을때는 사실 너무 못생겨서 신어보기도 싫었는데, 추천해준 성의를 생각해서 일단 신고 걸어봤다가.. 어우, 그순간 계시라도 받은 것마냥 꽂혀서 다른 운동화는 쳐다도 안봤다. 세상에, 이렇게 걷기 편한게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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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화가 왜 필요하다 생각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렇다.

핸폰을 뒤적거리다가, 건강 어플에서 올해내내 제일 많이 걸었던 날이 고작 2천보였다는걸 알았던날,

작년까지야 다리가 너무 아파서 앉기는커녕 누워도 괴로울 지경이라 거의 걷지를 못했지만, 수술이 끝나고서도 회사를 다녀와봤자 2천보도 안걸었다는 건 내가 아주 심각하게 내몸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어우, 백화점으로 쇼핑하러 나갔던 날도 3천보를 못넘는게 말이 되니? 출근한 날은 1800걸음이라도 걸었지,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200걸음도 안되었고, 그건 진짜 식탁으로 밥먹으러 나가거나 화장실 다녀올때를 빼면 하루종일 침대위에만 있었다는 걸 누구보다도 내자신이 제일 잘 알고말야. 

헐, 내가 아무리 게을러도 이렇게까지?? 

그래서 명절연휴가 끝난후로 이번달은 하루 최소 3천보를 목표로 조금씩 걷는중인데,

산책하겠다고 골목에 나갔다가 저쪽 골목끝에서 다리에 문제가 생겼음을 느꼈지만 길바닥에 드러누울 수 없어서 억지로 집까지 겨우 걸어왔다가 3일을 내내 다리찜질하며 눕게 된 후로는 그냥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중이다. 근데 집안을 맨발로 걸으면 금방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오고, 이제 곧 실내에서 사용할 워킹패드도 살텐데 더이상은 맨발로 걸을 수가 없겠더라고. 

울엄마도 운동화만 3켤레가 넘는데(등산화도 여러개지..) 동생은 운동화가 없고(두달전에 찢어짐) 나도 하나뿐이라 운동을 위해 큰맘먹고 장만했다. 아니근데, 가끔 티비보면 어떤 연예인들은 운동화만 200켤레쯤 쌓아놓고 살던데, 대체 왜 그러는건지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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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안뛸거니까, 그걸 런닝머신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암튼 사기로 했다.

운동한다고 집밖을 나서는게.. 아놔, 운동을 마음 먹는 것보다 그게 몇백배는 더 어려워서 안되겠더라고.

바람이 불어서, 비가 와서, 날이 넘 깜깜해서, 마스크 쓰기 귀찮아서, 썬크림 바르기도 번거롭지만 돌아와서 닦아내는건 더 귀찮아서, 머리가 떡져서, 모자 쓰자니 더러워서, 운동복이 없어서, 반바지를 빨아서, 기타등등.. 하여간에 집밖을 나서는게 너무너무너무 어렵잖니. 이제 런닝화 신고 집안을 꽤 활기차게 돌아다니게 되니까 더 걸어보고 싶은 욕심은 나는데, 집밖으로 나가는게 여전히 너무 성가셔서.. 결국 런닝머신을 사기로.. ㅎㅎ


이거땜에 엄마랑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는데,

나는 이미 며칠동안 맘속으로 온갖 전쟁을 치뤘지만 시끄러웠던 맘을 모두 정리하고나서 엄마에게 담담하게 부탁했고,

다행히 엄마도 잘 납득해서 이달안에 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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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운동화를 사고 흥에 겨웠던 동생과 나는 3층의 의류매장도 싹 돌았는데,

내몸에 딱맞고 스타일도 잘 어울리고, 너무도 가볍고 따뜻한 구스패딩도 샀더니,

이날 하루에 운동화랑 하프패딩 사느라 35만원이나 썼는데도 아깝기는커녕 득템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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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 저녁에 친구로부터 알바같은거 하나 소개받아서 딱 그날 쓴만큼을 벌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역시 나는, 쓸 돈이 있어야.. 그러니까 돈을 벌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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