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출근일기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1.10.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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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의 시작은 언제나 모닝커피로 시작하는데, 탕비실에 커피머신이 있고 원두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십중팔구는 카페로 찾아가 사먹게 된다. 뭐랄까, 수술 전까지는 어떻게든 걷지 않으려고 커피머신을 이용하긴 했지만,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처럼 카페 직원이 뽑아주는 커피는 좀 더 다른 느낌이랄까? 돈주고 사먹는게 최고다. 회사가 청계천 쪽으로 이사한 뒤로 근처에 온갖 카페가 바글거리는데, 블루보틀의 드립커피가 제일 비싼만큼 너무 맛있어서 요즘처럼 업무가 빡센 날은 무조건 여기로 간다. 덕분에 출근하는 날이면 아침마다 자동으로 짧게 산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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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중에 이렇게 놀면서 월급을 받아도 되나 살짝 걱정이 될 만큼 매일 침대와 소파를 오가며 뒹굴고, 노트북은 가끔씩만 열어봤던 지난 몇달이 개꿀이었지. 지난주부터 컨펌난 디자인이 밀려들어오더니, 한쪽 발만 살짝 담그고 있던 플젝에서 크리티컬한 화면 이슈가 발생하는 바람에 이틀내내 사무실의 이곳저곳을 다리아프게 쏘다니며 대응하느라 고생했다. 그날 아침에 담당 개발자가 달달한 커피 사준다고 할 때부터 눈치를 까긴 했지만, 아니 그거 진작에 킴과장이 해결했다면서요! 그가 휴가로 자리 비운 사이에 내가 떠맡은건가 싶어서 첨에는 기분 좀 쎄했는데, 막상 뚜껑 열고보니 아 나말고는 해결 못하는 거였구나 싶어서 그냥 열심히 일했다. 난이도가 극상인 문제를 만날때마다 느끼는건데, 어릴때 게임하듯이 수학 문제 풀면서 놀았던 게 이토록 도움이 될 줄 몰랐다,진짜. 그 복잡한 경우의 수를 정리하고 결국에 공통화를 해내면서, 수학적 사고 능력이 내가 퍼블계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최강무기였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러니 내가 자뻑에 안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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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든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였네..
오늘도 사무실에서 그 많은 직원들 중에 나만 물렸음. 모니터 앞으로 모기 한마리가 힘없이 휘적거리며 날라가던거, 화면 이슈로 한창 바쁠때라 귀찮아서 걍 무시했더니, 그 잠깐 동안에 왼쪽 팔에만 세방 물려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집에서도 나만 물리고, 회사 와서도 나만 물리고. 혹시 이것들한테 내가 존맛집으로 소문이라도 난건가...
저녁바람이 꽤 시원해졌길래 어제는 처음으로 선풍기를 끄고 잤는데, 그래도 모기향은 못껐다.
전자모기향은 전원을 켜자마자 모기를 죽여버리는 강력살균제가 아니라 주둥이를 흐물거리게 만들어서 사람을 물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모기계의 부분마취제(?) 같은건데(의외로 이거 모르는 사람 디게 많더라.. ) 밤에 전원버튼을 누를때마다 놈들을 굶겨죽인다는 상상을 해보는게 흐뭇하다. 야만적으로 때려잡는게 아니라 서서히 굶겨죽이는 방식이라니, 악랄한 복수극에 너무도 최적화된 방법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