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를 다녀왔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2021.10.06 23:32
헐.. 눈 깜짝할 사이에 며칠이 지난거지!?
그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던거 같은데, 그거 다 정리하고 가면 귀찮아지므로 일단 패스. 생각나면 그때 쓰지뭐 ㅎㅎ
며칠전, 연휴의 마지막은 엄마랑 호캉스를 즐기려고 무려 송도까지 갔었다.
호텔 직원(?)인 동생이 숙박권을 갖다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송도 지점에서 놀면 된다더라고.
네비를 곧잘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운전하는 엄마를 달래가며 빙빙 돌고돌아서야 목적지에 도착했고,
호텔 주차장을 못찾아서 옆건물에 잠시 주차한 담에 길건너편에 있는 센트럴파크로 천천히 걸어갔는데,
어디선가 묻어오는 바닷바람 특유의 찐득함이 호숫가를 거니는 동안 생경하게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낄때쯤, 물위로 동동 떠다니는 작은 보트를 보면서 '우리도 저거 타자!'라며 엄마손을 이끌고 선착장으로 갔다. 돈주고 뭐 이런걸 타냐고 투덜거리는 엄마한테 '싫으면 타지마. 난 이런거 보이면 다 타봐야 하니까 나혼자 다녀올게'라고 했더니 입은 댓발 나와서도 졸졸 따라와서 보트에 앉는게 너무 웃겼는데, 찐하게 습한 바람을 맞으며 반자동 스틱으로 운전하는 내 옆에서 보트가 아주 조금만 더 기우뚱하거나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보트 때문에 물살이 출렁거릴때마다 비명아닌 비명을 지르며 야단법썩을 떠는 엄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랑 내동생의 호들갑은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구나, 근데 우리 셋중에 정말로 내가 제일 침착한 편이구나!라고.. 엄마가 차를 운전할때 보조석에 동생이 앉아서 우리차 옆으로 스쳐가는 큰차만 봐도 오도방정을 떠는게 너무 스트레스라면서 '걔는 누굴 닮아서 그런다니!'라고 하소연하던 엄마에게 '세상에, 그게 누구겠어요!!'라고 답해왔던 것도 생각나더라. 호들갑의 정점은 내동생일지 몰라도, 시초는 분명 엄마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산책길을 걷다가 아담하게 꾸며진 한옥마을도 들어가보고.
그러다보니 최근 3년동안 그날처럼 많이 걸은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것이 5천보였습니다ㅋㅋㅋ
언제나 에너지가 뻗치는 울엄마는 집에 있을때도 동네산책만 하루에 만이천보는 걷는데,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센트럴파크가 너무너무 좋다며 사랑에 빠진 엄마는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서 호텔의 피트니스에 들러 런닝머신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밖으로 나가서 공원의 끝과 끝을 오가며 한바퀴를 다 돈담에 사우나까지 다녀오는 기염을 토하셨다. 와.. 나진짜,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울엄마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없다고 장담하는게, 그렇게 몇시간을 쉬지않고 움직여놓고도 막상 호텔을 떠나서 집에 가자니까 바다는 안가냐며 아쉬워해서, 마치 아이를 훈육하는 심정으로 내가 '안돼. 나이제 일하러 가야해서 안돼'라고 거절하고 돌아왔잖아. 호캉스는 어땠냐고 물어오는 동생에게 '공원에서 놀다가 보트도 타고, 산책 실컷 한담에 엄마는 피트니스에서 운동후 사우나 갈때 나는 욕조에서 한참 놀다가 때도 밀고ㅋㅋ 저녁은 고깃집에서 불고기 먹고, 너 주려고 간장게장 잔뜩 사왔다! 그리고 새벽부터 치솟는 엔돌핀을 못참고 뛰쳐나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호텔 조식을 배터지게 먹고, 빵지순례처럼 어느 유명한 베이커리에 들러서 양손가득 빵을 사왔노라'고 대답했더니, 한참을 ㅋㅋ거리면서 뭔놈의 호캉스를 그렇게 알차게 보냈냐고 웃던데, 그러게 말이다.. 엄마랑 가니까 너무 빡세=ㅁ=;; 내게 원래 호캉스란, 먹고싶은건 배달로 시켜먹으면서 체크아웃 할때까지 룸 밖으로 안나가고 뒹굴대는건데...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