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바닷가 여행을 떠나요~

얼마전에 강릉 다녀왔다는 친구가 ‘새벽에 충동적으로 출발한거라, 썬크림을 깜빡해서 시커멓게 탔다야~’라길래, 
담엔 꼭 썬크림을 챙기길바란다며 기왕 준비물 챙길거면 그때 나도 좀 넣어주면 안될까,하고 슬쩍 덧붙여 말했다.
“당일치기로 너혼자 차끌고 가니까 그냥 산책만 했지? 
나랑 가면 바닷가에 숙소 잡아두고 밤바다보며 맥주 한잔 하고 더 좋을텐뎅”

과연 듣고보니 솔깃했던지 며칠뒤 친구가 주말에 바다여행 어떠냐고 제안을 해왔고ㅋㅋㅋ
난 목적지 부근으로 숙소를 싹 다 뒤져서 얘 맘 바뀌기전에 초고속으로 예약한담에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림.


집앞으로 데리러와준 친구차를 타고 무려 6시간이나 달리고나서야 강릉에 도착을 했고~!!
하필 출발할때 핸폰 거치대가 똑 떨어져서 손으로 네비 챙겨보며 운전하랴, 옆에서 쉴새없이 쫑알쫑알 떠들던 내가 갑자기 텐션이 끓어올라 들썩거리면 “퐁아! 춤추지마 차흔들려!!”라고 뜯어 말리느라 고생했던 친구는 차에서 내린담에 보니까 눈밑이 퀭하던데, 그래도 6시간이나 달린것 치고는 얼마 안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녀석에게 ‘정신을 쏙 빼준 내덕분이야, 그치?’라고 주접을 떨려다가 꾹참고(음.. 참았나 안참았나 좀 헷갈리지만), 각자 양산을 꺼내들고 바닷가로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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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하하~ 바다닷!!!
미쵸따, 하늘이랑 구름이랑 바다가 너무 예술이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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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발담그려고~!! 
맨발에 샌들을 신고 왔쥐!! (/^▽^)/

강릉바닷가를 걸으며, 신나게 야호!를 외쳐보고~~





하얀 원피스에 살구빛 양산을 쓰고 아이보리색 샌들을 신고 걷는 나랑
네이비색의 양산을 들고 검은색 옷과 신발로 걷는 친구는 서로 mbti마저 겹치는게 없을만큼 다르지만.
나는 얘가 참 좋고, 얘랑 함께 하는 바다가 좋은 것처럼, 녀석 역시 마찬가지였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봄바다와 여름바다를 함께 보내게 된 게 아닐까.



안목해변의 북적거리는 카페거리 바로 옆에 있는 펜션으로 체크인해놓고(숙소 잘잡았다고 칭찬받았당)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디저트를 살짝 푸짐하게 시켜 먹으며 편하게 창밖을 구경하는데 
세상에, 어찌나 좋던지.. 너무 좋아서 소리지를뻔! ٩(ˊᗜˋ*)و


수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들락거리며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뜨거운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꼭 붙어서 손잡고 걷는 연인들이나, 목줄 따위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힘껏 앞서걷는 강아지들과 팽팽하게 당겨진 줄을 따라 쫓아가는 견주들도 정겹고, 강아지보다 더 빠른 종종 걸음으로 부모님 사이를 누비는 꼬맹이들마저 귀엽고. 저멀리 비키니의 언냐들이 섹시하게 거닐고, 그뒤로 파도너머 보트가 시원하게 달려가고, 이제막 도착한 친구들끼리 모두 흥을 주체못해서 무반주로 들썩들썩 춤추면서 걸어가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한여름의 바닷가.
그러다가,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안보였다 구름이 몰려왔다 흩어지길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바다 전체가 뿌연 안개로 덮인채 해변으로 밀려닥치는거 뭔데.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은 분위기 뭔데~! 장르 변경이야??


뜨거운 기운이 좀 물러났다싶어지자, 우리도 본격적으로 바다놀이 하러 무브무브~
술사러 가던 길에 복권판매한다고 써있는 편의점에 대뜸 들어가서 즉석복권도 사보고ㅋㅋ
난 한장만 사고 친구는 두장 샀는데 나만 2천원 본전치기 당첨!! 
아놔, 내 사주에 횡재운은 없지만 굶어죽지는 않을 팔자라더니, 이런건가?! ٩| ര ‿ ര |╯


치킨집에서 가까운 해변에 자리를 잡고,
얘가ㅋㅋ 의자와 파라솔은 물론이거니와 설중매랑 와인잔까지 챙겨온 덕분에ㅋㅋㅋ
바다여행을 향한 로망이었던 오션뷰 음주타임이 시작되었슴돠~!!   
쓰읍~ 후~ 하~ 후~ 하~  ٩|( ⑉¯ 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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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그래 이렇게,
바다는 눈으로 보면서 파도소리 들으며 술한잔 마시는게 진짜 으른들의 바다놀이지!! ٩(ˊᗜˋ*)و

얼마전에 맛보고 뿅 반했던 한라토닉을 만들어서 빨대로 쪽쪽 빨아먹으면서 ‘나 취한다앙~’하고 꺄르르대고,
친구는 설중매를 와인 글라스에 따라서 찰랑찰랑 흔들거리길래 ‘설마 지금 디캔딩하는거야?’라고 놀려먹으면서.
아까 오착하자마자 바닷물로 발 적시면서 사진찍고 놀다가 모래위에 털썩 주저앉아 놀때랑 다르게, 배불리 먹고나서 제일 한적한 곳으로 이동한 담에 캠핑용품들 펼쳐놓고 술한잔 마시고 있노라니..
와… 세상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

너무 좋다. 행복하다. 라는 워딩을 입밖으로 몇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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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또 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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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사진만으로도 찐행복 느껴지지않니? ㅋㅋㅋ






그리고ㅋㅋㅋㅋㅋ
며칠전에 인스타에서 유재석이 어떤 방송 마무리멘트 하는 짤 보고 빵 터진게 있었는데, 자기 가족들 얘기하면서 와이프랑 딸 얘기할 때는 다정하게 이름으로 부르다가 뜬금없이 ‘미니특공대~ 캐치티니핑!’이라는 소리치고는 나은이가 좋아해서 말해본다고. 근데 갑자기 아들 얘기 나오니까ㅋㅋ “지호는 뭐.. 걔는~”이라며 아들한테만 자꾸 걔라고 인칭대명사 쓰는거 보고 엄청 웃었는데, 바닷가에서 보게 된 어떤 가족도ㅋㅋㅋㅋ
여자애는 아빠가 해마모양의 하얀 보트에 태워줘서 공주처럼 곱게 동동 떠있는 반면에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 둘은 각자 파도에 떠밀려온 미역줄기를 손에 들고 모래사장에 열심히 패대기치며 지들끼리 놀고있는거 왜 일케 웃기냐ㅋㅋㅋ 얘네 덕분에 미역의 새로운 쓰임새를 알게되었네?ㅋㅋㅋ
친구 말처럼, 남아선호사상 세대로 태어나서 딸전성시대를 살고 있노라니 감회가 새롭더라.











가만히 앉아 여름을 만끽하던 중에 바다로부터 덮쳐오던 안개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게 선명하게 보여서 신기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릴적에 대관령 고개를 넘어갈때 갑자기 앞이 안보일만큼 구름이 몰려와서 모든 차가 길에 멈추고 나도 부모님을 따라 내렸던 기억이 났다. 그때도 딱, 설탕 알갱이보다 작은 희뿌연 가루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날아가고 있었거든. 어쩌면 이날의 안개라고 생각했던 입자 무리 역시 하늘에서 바다를 거쳐 내게로 다가왔던 구름은 아니었을까.


뜨겁던 햇빛도 구름에 가려져 존재감이 옅어지고,
한여름의 밤은 아주 천천히, 
가로등처럼 솟아있던 트리모양의 전구에 색깔별로 불이 켜지면서 어디선가 들려오던 기타소리와 함께 천천히 퍼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깜깜해졌을 때는 저멀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쉴새없이 폭죽이 터져올랐고, 
돈 안들이고도 폭죽 구경해서 좋다고 킥킥거리던 우리는 한밤중이 되도록 하염없이 바다구경을 했지. 

까만 밤바다의 경계에는 하늘과 맞닿은 곳이 하얀띠로 구분되는 것도 근사하고, 
바로 옆에서 파도가 시끄럽도록 부서지는데도 마음은 평온해지고. 

바닷가 특유의 눅눅함으로 온몸이 젖어드는데도 마냥 상쾌하기만 한건 뭘까. 
그냥, 여름의 밤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토록 황홀하고 아름다워서일까?

속세(?)의 기억들이 모두 옅어지고, 그저 늘어진채 감탄만 하며 밤을 보내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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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밤바다를 향한 두친구의 발차기!ㅋ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웬꼬맹이가 노골적으로 날 위아래 훑어보길래 잠시 기분이 삐끗할 뻔했지만, 
곧바로 나보다 젊어보이는 아이엄마가 “저런 누나 보면 인사하는거야~”라고 가르치길래 급빵긋^-^
이나이에 아줌마도 아니고 누나라닛! 내얼굴 못본 것도 아니고, 나랑 눈 마주쳤잖아요??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엄마가 훌륭해서 애도 잘 크겠네 (* ̄O ̄)ノ






강릉까지 차타고 이동한 시간도 길었고,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걸은데다 술까지 마셨으면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들 수도 있었을텐데, 곤히 잠든 친구 옆에서 난 밤새 뒤척거리며 노닥이다가 새벽부터 잠옷바람으로 발코니에 앉아 노래들으며 흥겹게 들썩거리고~
그러다 일찍 일어난 친구한테 브런치 먹으러 나가자고 졸라서 아침 8시도 안되어 카페로 부지런히 이동했는데도 안피곤해. 
나 이정도면 아드레날린이 치사량급으로 솟구친거 아니냐고요 ..・ヾ(。 ̄□ ̄)ツ









서울로 돌아가기전에 한번은 더 바닷가에서 놀아야한다며 다시 바닷가에 파라솔을 펼치고 의자에 앉아서 커피 한잔씩 마시는데, 친구가 감탄하듯 말했다. “넌 정말 바다만 봐도 되는구나. 딴거 안하고 그저 바다만 보네?”
그러게. 바다는 질리도록 보고싶은데,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를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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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얼굴 가린 사진이 제일 분위기 있게 잘나오다니.. 분하닷.





날은 흐려서 구름의 양이나 온도는 전날과 비슷했지만, 역시 저무는 해와 떠오르는 햇빛은 다른건가. 그 잠깐에도 팔다리가 익어서 벌개지고, 썬크림을 몇번이나 덧발랐는데도 화끈거릴 정도더라. 그래서 양산을 또 펼치고 가디건까지 껴입고나서야 좀 나아졌지만, 이미 왼팔과 오른팔의 색깔이 달라졌구요ㅋㅋㅋ 그날 바로 알로에 수분크림이랑 미백에센스 사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팔다리에 잔뜩 발라줬더니 까맣게 변하진 않았는데.. 근데 왜 나 얼굴에 바르는건 까먹은걸까 ..)a





차막히는 시간을 피해보겠다며 12시넘어서 출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까지 6시간 걸렸다. 
우리 두번다시 한여름 대낮에 고속도로 위에 있지는 말자, 무조건 해뜨기전이나 해가 저문 후에야 움직이자고 다짐하는데, 
운전대를 잡다가 지쳐버린 친구는 “당분간 만나지말자”라고 중얼거려서 애써 못들은척해봄. 
오히려, 한겨울이 생일인 녀석에게 “이번 생일선물은 은박이 씌워진 파라솔로 사줄까?”라는 드립을 건네봤지만 
역시나 대차게 까였구염 ^-^)/


마지막에 돌아오는 길은 꽤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 행복한 여행이었다.






고마워 은미야. 이런 추억을 나랑 함께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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