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강릉에서 여행을 떠나요~
2018.09.10 17:03
어느날, 잠자리에 누워서 뒹굴대다말고 갑자기
'마흔의 생일에는 일어나자마자, 하루종일 바다를 보자!' <-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때문인지는 모르겠음. 그냥 그날밤 의식의 흐름이 그러했달까.)
곧바로 기차 어플을 열어서 표를 예매했고, 숙소도 대충 지도어플 열어서 바다랑 가까운 곳으로 찍고 예약완료.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순식간에 결정하고는 기분좋게 잠든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이미 전날밤 기차표랑 숙소를 다 저질러놓고난 후에야 이사님께 금요일 하루 휴가달라고 문의를 했는데, 나 진짜 뭔 배짱이었던거니ㅋㅋ 흔쾌히 수락해주신 우리 귀요미 이사님.. 전 이미 당신을 믿었던거 같아요 :)
8월 30일, 목요일에 퇴근하자마자 종각역에서 1호선타고 청량리역까지 쉽게 갔고, 빠듯한 기차시간에 저녁식사를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청량리역 롯데백화점 안에 있는 제일제면소를 찾아서 냉메밀면을 주문했는데.. 와, 나, 배고프고 더우니까 꾸역꾸역 먹었지, 두번다시 돈주고 사먹지 못할 음식이었다... 나원래 제일제면소 음식 좋아하는데ㅜㅜ 여긴뭐야, 대체 무슨 맛이야ㅜㅜ 이럴거면 차라리 편의점에서 사먹었을텐데!!
동생이랑 역안에서 만난후 ktx를 탔는데, 모처럼 ktx타고 놀러가니까 약간 흥분해서 수다를 떨었는데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안떠들고 조용하길래 우리도 괜히 속닥속닥 얘기 좀 하다가 조용히 갔다. 불과 두달전에 차타고 갔을때는 서너시간쯤 걸린거 같은데, ktx는 100분밖에 안걸리더라? 겁나 빨라.. 맘만 먹으면 당일치기도 가능하겠는데?
그리고 강릉역에 도착해서 택시타고 안목해변 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좀 웃자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추억을 만들었으니 웃어보자ㅋㅋㅋㅋㅋㅋㅋㅋ
지도 어플에서 대충 찍고 예약해버린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폐업을 했다네?
주인아저씨가 그집 아니라며 새로운 집으로 이사왔다고, "아니 근데 거기는 어떻게 알고 간거요? 너무 오래된 건물이라 폐쇄했는데"라며 신기해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대충 예약한 나는 입만 벙긋벙긋. 옆에서 동생이 뭐라고 쿠사리를 주는걸 못들은척하며 주인아저씨를 따라 새로운 집에 들어갔는데, 오오~ 뭐야뭐야 이름이 왜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펜션이야? 나도 아저씨도 헷갈린덕에 졸지에 펜션에서 2박3일을 머물게 되었네?? 마치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ㅋㅋ 커다란 방에 2층 침대가 놓여있고, 티비랑 미니냉장고에 소파까지 있는 아주 커다란방을 득템함ㅋㅋㅋㅋㅋ 어디가서 이런방을 5만원에 얻기 힘들거라며 생색내는 아저씨의 말에 공감했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티비보는데,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친구네 시골집 놀러간 기분이어서 더 좋았다.
다음날, 드디어 생일날 아침!
캬~~~ 날씨봐라~~ 전날까지 태풍 재난문자 요란하게 울리던거 맞냐~
역시 나는! 여행을 떠나면 날씨의 요정이 되는건가!!!
블루리본을 여섯번이나 받았다는 산토리니 카페로 향했고, 고소한맛의 드립커피를 추천받아서 쪼그만 치즈빵이랑 같이 먹었는데, 와아 커피도 맛있었지만 치즈빵이 정말 맛있더라! 생긴건 걍 쪼매난 심심풀이용 빵으로 보였는데, 아주 진하고 촉촉한 치즈케이크의 미니어처일 뿐이었어.. 너무 맛있어서 한개 더 사먹으려고 했지만, 아침 첫일정부터 동생이랑 싸워서.. 큰소리내며 싸운건 아니었지만, 내가 대체 왜 얘랑 다시 여행을 온건가 라며 깊은 후회와 딥빡 때문에 빵사먹는걸 까먹었음-_-
이대로 여행을 망칠 수 없으니 따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할때쯤 얘도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먼저 튀어나갔고, 난 친구들이랑 전화로 수다떨면서 맘의 평화를 되찾은 담에 밖으로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비록 평일이긴해도 금요일이라 그런지, 점심시간부터 안목해변에 사람이 바글바글해지더니 어디든 꽉 차기 시작했고, 나는 번잡한 곳을 떠나서 바로 옆에 있는 남항진항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지나가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ㅋㅋ 콧노래가 우렁찬 노래로 변해도 듣는 사람 없으니 실컷 노래 부르며ㅋㅋ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어도 역시 바닷바람은 시원해서, 구름다리를 건널때는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더라. 느긋하게 바다를 보며 걷다가 문득 레스토랑이 보여서 점심먹으러 들어갔는데
캬아.. 뷰 봐라~
음식을 주문한 후 창밖을 보는데 그림이 따로 없고~
캬아222 음식 봐라~ 이름부터 찬란한, 홍게 푸팟퐁커리!
번잡한 안목해변을 떠나 남항진항으로 오길 너무도 잘했다는 생각만 백번쯤 한 것 같다!
미친듯한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ㅋ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음식을 잘 먹고나니, 내가 이러려고 기어코 강릉을 온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행복했음. 다음에도 강릉에 간다면, 다시 찾아갈 것 같다.
식사를 마친후, 1층 카페로 내려와 테라스에 자리잡고 후식 주스를 마시며 노닥노닥. 내가 강릉으로 떠난다했더니, 친구가 자기도 반차내고 온다고해서~ 대충 시간맞춰 배웅나갈 생각하며 계속 바다보며 놀았다.
구름이 사라지고 쨍하게 맑은 하늘과 바다표면에 반사되는 빛들이 어찌나 눈부시던지, 선글라스 안챙겨갔으면 눈아플뻔 했네.
근데, 친구가 생각보다 엄청 빨리와서!! ㅋㅋㅋㅋㅋ
더욱더 신나게 놀기 시작!!ㅋㅋㅋㅋㅋ
내 선글라스에!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서 한적한 바다는 우리가 전세라도 낸 것 같고~
해변가의 나무그네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당분간 요거이 내 프사~)
친구랑 한참을 앉아서 바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니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정화되는 기분도 들고~ ㅎㅎ
그리고ㅋㅋㅋㅋ
'아라나비'라는 짚라인도 탔음ㅋㅋㅋㅋ
표정봐라 아주ㅋㅋ 개신남ㅋㅋㅋㅋㅋㅋ
치마 입었지만 상관없었어! 그냥 탔어!!! 꺄~~~
편도가 아니라 왕복인데도 너무 짧아서 아쉽더라. 담에도 기회된다면 또 타야지~
다시 아까 그 나무 의자로 돌아아서ㅋㅋ 다리힘만으로도 그네를 미는 친구 덕분에 시원하게 노닥노닥~
해질녘쯤 친구차를 타고 안목해변으로 돌아와서, 밥대신 카페에 앉아 또 바다보며 노닥노닥~
그래! 이거야!! 하루종일 바다보려고 떠나온거야!!!!
그리고, 밤바다를 보며 술도 한잔ㅋㅋㅋㅋㅋ
새우튀김 5마리를 안주삼아 먹는데, 머리까지 통채로 튀겨진거길래 용기있게 한마리 도전!
그후 남은 새우들은 얌전히 머리 떼고 몸통만 먹었다. 다신 머리에 도전하지 말아야지 :)
첨엔 앉아서 먹다가,
이내 곧 모래바닥에 드러누웠고ㅋㅋㅋㅋㅋㅋ
난 일찌감치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누웠는데,
짧은 시간이 아쉬웠는지 친구는 산책한다며 밤바다를 향해 다시 떠났고~
다음날은 토요일~
늦잠자고 일어나서, 가볍게 모닝커피에 케이크로 아침을 열었고,
지도에 찜해뒀던 빵가게를 향해 떠났지. 생활의 달인에서 재밌게 봤던 강릉 빵다방으로!
설마 땡볕에 한시간넘게 줄서서 기다려야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직원이 번호표를 나눠주고 우린 그거 받았다가 시간맞춰 다시 가면 되는 시스템인지라!!! 오오~ 매장 직원의 희생 덕분에, 시간을 벌게 된 우리는 강릉 중앙시장으로 고고싱ㅋㅋ 시장에서 아이스크림 호떡을 사먹자마자,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수제어묵 고로케도 사먹고, 김치삼겹살구이도 사먹고~ 주전부리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는데, 이날 시장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은 고로케였다. 빵으로 만든게 아니라 어묵으로 만든 고로케라니, 그 식감과 그 보드라운 맛에 다리 풀릴뻔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난 그후로 발등에 통증이 시작되면서 걷기가 힘들어지지ㅠㅠ
빵다방에서 빵을 4만원넘게 사들고=ㅅ=ㅋㅋ (인절미/녹차/딸기맛중에 딸기맛이 제일 맛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딸기맛으로 열개를 사오는건데!!!!)
근데 발이 너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으니까ㅜㅜ
걍 바다 보다 막국수먹고 바다보다~ (할건 다했네?ㅋ)
더 늦기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우후후, 오랜만에, 여행다녀온 얘기 써보는듯!
p.s 아참참....
땡스투 은미!! 이걸 까먹고 안적었는데, 진짜 너무너무 고마웠어!!
네 덕분에ㅜㅜ 내 생일을, 다시 기분좋게 보낼 수 있었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은 생일이 떠오를 때마다, 꼭 너도 같이 생각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