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 제주도 두번째날 여행을 떠나요~
2016.02.03 23:46
0.
간밤에 꿀잠 자고, 친구가 아침 산책을 다녀오는 동안 나는 침대에서 뒹구르르.
9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씻고 외출 준비를 했는데, 얘는 벌써 게스트하우스 조식으로 토스트를 챙겨먹고 차타고 바닷가를 다녀왔다네. 와아, 부지런하다..엄지 척. (나는 그 많던 여행 중에 아침산책을 몇번이나 해봤을까, 하고 떠올려봤지만.. 없...)
이날은 비가 와서, 하루종일 비가 올 거라 해서, 되도록이면 실내 위주로 움직이자 했다.
1.
나 원래 아침은 안챙겨먹지만.. (늦게 일어나니까요...)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를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중문 쪽의 야쿤토스트 가게.
옛날에 싱가폴 갔을 때, 카야 토스트는 반드시 본점에서 먹어야한다는 동생을 데리고 차이나타운 근처의 야쿤토스트 가게를 찾아갔던 게 생각나더라. 그쪽의 싱글리쉬와 나의 콩글리쉬가 절묘하게 통해서, 직원이 반숙계란을 주고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설명하는 걸 알아듣고 찰떡같이 따라했던 기억도. 아무튼 그 추억의 맛을 이번 제주여행에서 다시 접하게 될 줄이야ㅋ
친구는 라떼, 나는 밀크티. 싱가폴에서 배운대로 계란 반숙도 추가~
각 찻잔에 스푼이 있길래 당연히 저어야 하는 줄 알고 휘적거림. 한참 마시고 있자 뒤늦게 직원이 "라떼와 밀크티에 연유가 들어가서, 티스푼으로 잘 저으셔야 해요"라고 알려줬는데, 나 여유있게 싱긋 웃으며 "이미 저었습니다"라고 했어. 훗, 여유있어보이게 말야. (그래놓고 괜히 다시 저어보고)
비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카페에 앉아 노닥노닥.
이 여유. 이 느긋함. 어쩔거야, 흑. 이러면서
2.
차를 타고 달리다가 "쇠소깍 들러볼까?"하고 핸들 꺾는 운동아, 너 진짜 머시써! 운전하는 여자가 이렇게 멋있다니!! 아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두근거림을 부여잡고.. (대놓고 이러면 싫어할테니까 속으로만ㅋㅋㅋ)
제주도 여행할 때마다 가보고 싶었지만 교통편이 애매해서 번번히 접었던 곳인데, 네 덕분에 가보는구나. 비가 오니까 잠깐 구경만 해보자고 들렀는데, 차에서 내리고 저멀리 바닷물을 보자마자 이성을 놓습니다. 발걸음이 절로 움직이더라. 등나무 밑에서 기다리다 먼저 들어가겠다는 친구를 뒤로 하고, 나는 막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
아진짜ㅋㅋ 돌이 있는 모든 곳에 사람들이 돌탑을 쌓아뒀어ㅋㅋㅋㅋ
파도쳐서 무너져도, 누군가 또 돌탑을 쌓겠지?!!
바다를 보다가, 방향을 돌려 저쪽에 투명카약 코스로 유명한 곳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와아, 이쁘다, 저기도 가봐야겠다!!
비가 와서 풍경 같은 건 전혀 기대 안했는데, 여기 뭐야, 왜 이렇게 예뻐~!
비가 내리고 하늘은 흐린데, 여긴 마치 딴세상처럼 근사하더라.
산책코스 중간중간에서 아이폰을 디밀고 사진찍게 됨. 너무 예뻐서.
우산 하나 사들고 뒤따라온 친구를 한장 찍어주고~
이래서, DSLR 필요없다, 아이폰이면 된다 - 1 [빛이 부서지며 들어오고.. ]
우리 한겨울에 비내리는 날 여행 중인거 맞나..!?
마치 중국인 가이드처럼, 오바스러운 나조차도 아래처럼
화보같은 사진이 나옵니다//ㅁ//
운동아 고마워, 이 사진보더니 울엄마가 나더러 예쁘대ㅡㅡㅋㅋㅋ
파란 망토를 포기하고 겨자색 패딩 입기를 잘했고, 편의점에서 저렴한 우산을 사는 대신 귀찮아도 빨간 우산을 챙겨오길 잘했다. 찍는 사진마다 각각의 색감이 어우러져 다 잘나와서 너무 좋았음!
예쁘다고 감탄하며 산책길을 걷다가 올라왔더니,
맞은편에 또 귤하르방 가게가 있네?
안먹으면 앙돼용~!이라고 해서, 나는 또 사먹습니다ㅋㅋㅋ
근데, 친구가 말한것처럼 여긴 귤 크림이 어제 거기보다 엉성하게 적다. 자매국수 옆가게의 귤하르방은 속이 꽉 찼는데 여긴 2/3만 넣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맛있지만)
3.
쇠소깍을 나선 후, 어제처럼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날씨가 맑았다면 반짝거렸을 바다가 조금 아쉬웠지만, 비내리는 풍경도 참 멋있다고 감탄하면서 아주 천천히. 두뺨에 손바닥을 대고 고개를 기울이며 "근사하지 않니?"하고 배시시. 그렇게 달리다보니 '서연의 집' 간판이 보이더라. 여기가 건축학개론 촬영지라고..! 하지만 난 그 영화를 안봐쒀.. 짤 같은 동영상만 몇개 봤지 전체를 본적은 없어서인가, 큰 감흥이 오진 않더라고. 그래도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그곳이구나, 우연히 본건데 괜히 반갑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어떤 씬일까를 상상하며 잠시 구경했다. 배가 부른데다 곧 점심시간이라 카페로 들어가는 건 좀 꺼려져서, 그냥 차안에서 보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알록달록한 색깔의 우비를 입은 남자들.
카페쪽 어딘가에 카메라를 두고 왔는지, 돌담에 올라가 각자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게 어찌나 웃기고 귀엽던지. 그 모습을 나는 차안에서 몰래 도촬했습니다. (빗방울 덕에 굳이 모자이크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대로 올림) 나는 막 깔깔 웃으며 아저씨틱한 남자들이 저렇게 색깔별로 옷을 입고 사진찍는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더니, 친구가 "나이가 많아봤자 쟤네, 우리보다 어려" 라고 해서 흠칫. 그..그러타..... 아저씨들 너네.. 나보다 어리겠구나. 어쩐지 귀엽더라니, 오구오구오구~
비내리는 바닷가의 풍경은, 저마다의 색이 좀 더 선명하게 살아나는 듯하달까.
갈대 너머의 바다도 멋있고~
며칠전의 폭설 흔적과, 비가 내리는 제주의 겨울 바다란...
와.. 마치 딴 나라에 온 듯한 기분!
비가 와도 우산 써가며 사진을 찍는 나ㅋ
여기가 맥심커피 포토존이었구나~
포토존이 아니어도 여기저기서 찍었음ㅋㅋ
해안가를 벗어나, 이번엔 골목골목으로 접어드는 친구 덕에..
시골 어느 마을의 비내리는 풍경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또 감탄하게 되는데...
어느 골목길 나무 사이로 딴 세상 같은 풍경이 펼쳐져서, 차세우고 감상해쨔나..
오후로 접어서는 시점에, 빗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풍경이라니. 한겨울에 초록색 잎들이라니! 얘는 또 이 샷을 아이폰으로 기막히게 건져내고~!!
6.
그리고 찾아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우리 여기 다녀간다고 인증샷 찍었네ㅎㅎ
제주도는 돌하루방도 사진찍게 만듭니다~
해안가에 비하면 눈이 훨씬 많았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도 아직 다 녹지 못했더라.
[갤러리 입장하고 구경하는 동안의 사진은 없음. 인터넷에서 사진찍는거 아니라고 한거 같아서]
옛날에 제주도 왔을 때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사람이랑 여기 가려다가 술병나서 취소하고 못갔었는데.. 이번에 가서 눈을 품은 갤러리 마당을 걷고, 사진을 구경하며 '와아, 멋있다, 이사람은 제주도를 이렇게 보았구나, 이렇게 담고 싶었구나'하고 감탄하고, 뒷마당을 거닐며 사진도 찍고. 그게 다 너무너무 좋더라. 뒷마당은 특히 얼마나 더 예뻤냐하면,
이렇게 딴세상이 펼쳐진다.
게다가 어쩐지 정겨워보이는 장독대를 지나면 작은 오솔길 같은 게 나타나는데,
와아.. 비에 젖으니까 더 근사해!!
굉장히 짧은 오솔길을 걸어올라가면, 나뭇잎 사이로 눈 덮인 밭이 보이고
비내리는 작은 숲길(?)이 동화스러워서, 나를 찍는 친구의 모습도 찍어보고
(니가 찍어준 내 모습은... 자체심의 끝에 안올리기로 ㅋㅋ)
7.
갤러리 구경 및 산책을 마치고, 배고파서 찾아간 곳은 '안거리밖거리' 식당.
현지인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 8천원짜리 정식을 시키면 돔베구이에 옥돔까지 나온대서~
나 분명 식당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속으로 "밥은 반공기만 먹자"했는데
이런 밥상을 받았는데 반공기는 개뿔ㅋㅋㅋㅋㅋ
깻잎무침은 한접시더!를 외쳐가며 밥 다 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서 16,000원으로 저렇게 푸짐하게 배터지도록 먹었어!!
8.
이중섭거리로 옮겨서, 우산 쓰고 돌아다님.
약간의 언덕길을 올라 갤러리에서 관람했는데, 옛날에 그친구가 왜 "이중섭 미술관은 별로 기대하지 마세요. 갤러리보다 그 거리가 더 좋아요"라고 했는지 알겠더라. 이중섭 화가의 그림보다, 2층에 전시된 다른 화가의 그림들이 더 맘에 다가왔거든. 그리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미술관 실내보다 곳곳에 어여쁜 공방이 자리잡은 길거리가 더 운치있고~ [갤러리 안에서 황소 그림이랑 기념샷 찍은거 있는데, 이건 그냥 나홀로 보기로.. 갠자니 초췌하지만 갠자나.. 혼자볼끄야..]
이중섭 화가는 소그림으로 유명하니까, 조형물도 소가 이끄는 수레~
(거리 곳곳에 소가 보임ㅋ)
귀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가게랑,
독특한 색감으로 가게 하나하나가 다 멋있다~
이래서, DSLR 필요없다, 아이폰이면 된다 - 2
내가 아기자기한 가게 위주로 사진 찍는 동안, 운동이는 이런 사진을~!
빗방울을 머금은 열매가 예뻐서 찍어봤다는데 와아.. 역시.. 엄지,척!
9.
자리를 옮겨 찾아간 곳은 근처의 올레시장.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나면, 여기는 우산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약간의 현금을 챙겨들고 시장안으로 쏘옥~
동생으로부터 부탁받은대로.. 나는 오미자청만 5병을 샀고-_-ㅋㅋㅋㅋ
망고주스랑 제주의 전통한과라는 감귤과즐도 사고, 마녀사냥에 나왔던 사연중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오메기 떡을 사왔는데 이거 그린라이트냐고 물어온거에 비웃던 MC들이 직접 떡을 먹어보더니 "그린 라이트입니다"라고 했던게 생각나서, 우리도 맛보기용으로 한팩을 샀다. 원래 다 팔리고 주문받은거 만드느라 안판다던걸, 운좋게도 딱 한팩만 부탁해서 사게됨. 그리고, 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나는 좀 당황했는데, 친구가 "팥 들어가는 거 보고 당황했지?!"라고 콕 찝어서 같이 빵 터졌다. 팥빙수에서 팥골라먹고 붕어빵은 가장자리만 씹어먹는 내가 팥 때문에 시루떡도 안먹는데, 오메기떡을 팥에 굴릴 줄은 몰랐거든ㅋㅋ
복잡한 시장을 벗어나, 숙소 근처의 해안가로 와서 바다를 보며 떡을 먹게 되는데,
요러케 비내리는 바다를 보며 차안에서 주전부리를 즐깁니다~ ㅎㅎ
오메기떡은 팥범벅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맛있어서 깜놀.
"이래서 그린라이트라 한건가"라고 키득거리며 먹게 되었네. 특히 떡 속의 팥앙금이 너무 달콤해서, 나 원래 팥앙금도 싫어했는데! 뭐지 이거, 맛있는데, 하며 계속 베어물었다. 견과류로 둘러싼건 완전 고소하고, 팥으로 둘러싼건 달달하고~ (하지만 다음에 또 먹게 된다면 겉의 팥은 털고 먹겠어.. ) 거기다 망고주스는 서울의 어느 카페들보다 훨씬 맛있고!! 당도와 목넘김이 보라카이에서 마시던 주스랑 비슷할정도! 감귤주스보다 훨씬 좋았음!!
10.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
쓰레기 버리느라 잠시 들렀던 숙소의 주방.
아기자기하고 예쁜게 내스타일인데.. 나 게을러서 조식 못챙겨먹어ㅜㅜㅋㅋㅋ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워서, 저녁은 뭐 먹을까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 아휴 왜 배가 안꺼지냐ㅠ 고기를 먹고 싶은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업쒀! 으엉엉, 얘한테 낼아침부터 고기 구워먹자고 할 수가 없는데.. 오늘밤에 먹어야하는데.. 소화제를 먹어도 배가 안꺼지니까 초큼 속상했음ㅜㅜㅋㅋㅋ 게다가 흑돼지 맛집은 죄다 공항근처로 나오고, 고깃값은 왜이렇게 비싸니, 배가 고프면 비싸도 먹자할텐데 배가 안고프니 비싼거 먹으러 가기도 뭐하고 으앙, 막 이렇게 번뇌(..)에 빠져들고 있는데 친구가 말했다. "그냥 카페가서 간단히 먹고 놀래?"
"응!!!!!!!!!!!!!!!!!!!!!!!!!!!!!!!"
고마워, 나의 번뇌를 끊어줘서 ;ㅁ; ㅋㅋㅋㅋ
11.
막걸리 스무디를 먹으러 찾아간 곳은 '안녕, 좋은 하루' 카페. 아까 낮에 문득 막걸리 얘기가 나와서 검색했는데, 여기 막걸리 스무디가 맛있다고 해서 찜해뒀거든. 숙소 근처라서 금방 찾아감. 1층에 아이랑 같이 온 아주머니가 보이길래 우리는 음료를 주문하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는데, 올라가기를 잘했다. 한겨울의 평일 저녁 늦은 시각인데도 제법 시끄럽...
2층으로 올라오면 이렇게 그림 도구들이 한켠에 자리잡혀있고, 벽면 여기저기에 그림이 걸려있다. 아무래도 카페 주인의 취미생활인듯.. 이런거 부럽더라, 그림 그리면서 카페를 운영하는게.
그리고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이렇게 귤 한접시가 놓여있음. 인심좋게 무료 제공인가보다.
귤을 찍는 너를 내가 찍는다 ㅎㅎ
나도 찍어줬는데.. 아놔 내 앞머리 떡진거 봐ㅋㅋ
오늘은 머리 감고 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네..
주문했던 나의 막걸리 스무디와 운동이의 감귤주스.
직접 만든 포도청에 막걸리를 넣었다더니, 완전 맛있어!! 이것도 내입맛이야!!!! 배불러도 다 머거야해!!! 아우 마시써.. 난로 돌려도 좀 쌀쌀했는데, 배불러 죽겠다면서 나 이거 다 마셔쨔나ㅋㅋ (막걸리의 술기운 때문에 잠들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담에 또 먹고싶다!)
친구는 들고온 소설책을 읽고, 나는 밀린 트위터를 보며 키득거리다가 찜해뒀던 웹툰도 골라읽고.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충분히 노닥거리다가, 밤늦게 숙소로 돌아왔다. 아맞다, 카페를 나설때 2층 계단 쪽에 앉아있던 남녀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는데, "몇 살이세요?"라고 묻는 여자의 말에 스물 다섯이라고 답하는 남자 때문에 나 진짜 완전 개깜놀. 단순히 놀란게 아니고 개깜놀. 내또래, 아니 그보다 많은 것처럼 보였는데 너님의 나이는 꽃청년이었단 말이오!?? 근데 이걸 친구에게 말했더니 "여자애가 오빠라고 부르더라" 해서, 이것도 충격. 너네는 뭐먹고 그렇게 노안인거니. 암만봐도 30대초중반이었는데.. (다른 대화는 전혀 못들어서 모르겠는데, 커플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알게된 사람들 같단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결심한대로 머리감고, 곱슬머리를 살리겠다고 다이소의 스펀지 똥글비녀로 머리를 세갈래로 나누어 말아올린 담에 침대위로 엎드려 핸드폰 만지작 거리며 또 노닥노닥. 그래, 자고로 여행이란 이렇게 여유돋는 맛이어야지//ㅁ//ㅋㅋㅋ
그렇게 하루종일 잘 놀고~ 밤늦게 잠이 듭니다........
(사실 속 아파서 밤새 뒤척거리지만.. 전날 꿀잠잔게 기적이었어ㅡㅡㅋ)
그래 제주가 있었구나 나의 방학에...^^
힘내야겠어 난 제주를 다녀왔으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