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9 제주도 셋째날 여행을 떠나요~

0.

친구가 아침 일찍 스벅에서 모닝커피를 즐기는 동안 나는 침대에서 뒹구르.

(밤새 속 아파서 뒤척였더니 피곤했음ㅠㅠ)


천천히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숙소에서의 기념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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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날의 가장 멀쩡한 사진...이 될 줄이야-.,-ㅋ






1.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다.

전날부터 내린 빗줄기는 좀 더 굵어졌고 삼다도스럽게 바람도 제법 불어와서, 첫날의 해변산책이라던가 둘째날의 빗속산책은 더이상 어려울 듯 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우선 가볍게 드라이브,라며 해안가를 쫙 돌기 시작했는데 어쩜.. 바다는 어디서 어떻게 봐도 다 그림이냐.. 한적한 길을 따라 느릿느릿 가면서, 괜히 감탄하느라 바빴잖아. 비가 들이쳐도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게 되더라. (우산 펴기 귀찮아서 내리지는 않았슴돠.. 게다가 공복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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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돌면 나타나는 포구마다 올망졸망한 배들이 비를 맞으며 쉬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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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해안도로를 돌면서, 내가 했던



감탄사 1. "저기 날고 있는 새들이 비둘기가 아니라 갈매기들이란 거지?!!"


감탄사 2. "우와! 크다!! 독수리인줄!!!!"


감탄사 3. "너네도 유독 이쁜 애가 있고, 뚱뚱하거나 못생긴 녀석이 있구나.."






2.

가벼운 모닝 드라이브후, 아점을 먹으러 도착한 곳은 '사소한 골목' 이라는 가정식 카페.

인터넷에서 너도나도 좋다고 추천했길래 두근거리는 맘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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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들어서기 전부터 요러케 분위기 찾아 사진도 찍을 정도로 두근두근-


아니 그런데!!

들어갔더니 영업 안한다네?!

인터넷에서 알려준 오픈 시간에 맞춰왔건만, "주인장이 이사갔어요"라는 말 들어서 완전 황당+허무함.

우리에게 플랜B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공복에 화낼 뻔ㅡㅡㅋ






3.

그래, 선택지에서 버렸던 플랜B가 있었어!! 템플스테이 푸드!!!

나에게 고기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아는 친구는(옛날에 나더러 스테이크 해준다고 초대했을때, 코스트코에서 어마어마한 고기를 사놓고도 '푸랭이 모자르다고 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을정도.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간식도 잔뜩 준비했었지) 이번 여행에서 과감하게 제주도의 흑돼지를 포기한 나를 염려하며 "사찰 음식에는 고기가 없는데, 괜찮겠어??"라고 몇번이고 물어왔는데, 야 나 진짜 괜찮아 사찰음식 좋아해 ㅋㅋㅋ

응팔에서 라미란이 그랬다. 참 의아하게도 정봉이가 사찰음식 좋아한다고. 생긴거랑 안어울리게 나물밥에 환장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퉁퉁하게 살이 찐 건, 많이 먹어서라고. 나도 그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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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라고 무시하면 아니된다. 1인당 만원밖에 안한다길래(보통 3~4만원이상으로 알고있음) 큰 기대는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꽤 많이 좋더라. 고기 한 점 없이, MSG따위 없이, 심지어 젓갈류도 없이 양념한 반찬들만 12가지였는데 다 맛있어! 젓갈이 안들어간 김치는 처음 먹어봤는데 적당히 짭쪼름했고, 정갈하게 담겨나온 반찬은 다 맛있어서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다 먹어봤다. 특히 내가 내의지로 브로콜리까지 먹었음. 와아, 브로콜리를 먹었어 내가.

해초비빔밥도 맛나게 잘 먹었다. 간밤에 속이 부대껴서 힘들었으니까 첫끼니만큼은 부담안가게 딱 절반만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들어갔는데, 정신 차려보니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네. MSG가 없으니까,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왠지 건강해지는 듯한 식사였으니까 괜찮겠지?하면서ㅋ


디저트로 나온 떡과 감귤과즐과 차도 훈늉했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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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해하는 나.....를 또 언제 도촬한거니 -1






4.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해안을 가볍게 돌아서 찾아간 곳은 "쓰담뜨담"


이름부터 맘에 들던 여기는 직접 가보니까 더 좋았음.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외부와는 반대로 따뜻해보이는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차서 사진찍기 너무 좋더라. 주방 옆의 한쪽 벽에는 카페 주인으로 보이는 두명의 여인이 꽁냥꽁냥한 그림을 그리는 책상과 화도구가 가득했고, 캘러그래피로 꾸며진 글귀들이 곳곳에 붙어있었으며, 질서정연하게 자리잡은 알록달록한 털실이 여기는 카페이자 공방임을 확연히 드러내주었다. 한겨울의 비바람 몰아치는 평일 낮인데도 손님들이 꾸준히 몰려들만큼, 나같은 여성들의 취향저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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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풍겨오는 여자여자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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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충만 둘러봐도 이정도. 다른 손님들을 피해서 카페의 절반만 찍었는데도 요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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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가장 큰 테이블에 자리잡고 노닥노닥.


달달한 커피를 한모금씩 홀짝이며 시선을 돌리면 비내리는 창밖의 풍경이 무려 박수기정.. 와아, 이거 말이 됩니까.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만으로도 충분한데, 뚝 떼어버린 듯한 박수기정 절벽의 단호한 카리스마까지. 너무너무 멋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했다. 동영상도 찍었음. 무의식중에 기분 내키는대로 막 찍은건데 재생해보니까 마치 영화라도 찍는마냥 커피에서 창밖의 풍경으로 시선을 이동하여 줌처리까지 한거 있지ㅋ


종종 그래왔듯이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각자 사색에 빠졌는데,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라는 것에 새삼 감동하면서 그 시간을 마음껏 누렸다. 친구랑 둘이서 카페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은 참 특별한 일이다. 보통은 잠깐의 침묵조차 어색해서 지루해하거나 재빨리 다른 화제로 돌려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비하여, 얘랑은 말없이 있어도 괜찮아. 그녀도 비슷한 생각이리라 짐작되고, 그래서 더 편하고 좋다. 그래서 더욱더,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진 빠진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두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SNS의 재미있는 글을 읽으며 키득거리고, 친구랑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카페 주인들이 그림 작업하는 거 곁눈질로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말랑해지는 기분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음에 모두 모아 담고서야 카페를 나섰다.






5.

다시 해안가를 달렸다. 도로를 전세낸 것처럼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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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수평선도 멋지고, 바위틈으로 부딪혀오르는 파도가 멋지고.

겨울바다는 그냥 뭘하든 멋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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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요거.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 발전기를 사진 찍고 싶었다던 내 말을 흘려듣지 않고 "날이 흐려서 니가 원하던 사진은 못찍겠지만, 여기야"라고 데려가준 친구 덕분에 꺄아악 소리지르며 좋아했다. 아주 실컷 좋아할 수 있도록 발전기가 잘 보이는 곳마다 주차해주고, 사진 찍기 편하라고 차를 뱅글뱅글 돌려 구경시켜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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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아이폰들고 찍는데 이런 사진이 나왔다. 와아, 파란 하늘 없이 맘에 드는 사진을 건지게 되다니. 나중에 운동이가 잘 찍었다고 칭찬해서 초큼 부끄러웠는데, 너님 덕분입니다.데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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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비바람과 싸우는 나...는 또 언제 도촬한거니 -2 ㅋㅋㅋㅋㅋㅋㅋ







6.

해안도로를 달리며 구경하고 사진 찍을 때, 라디오로 박경림의 두시데이트 듣는데 왜일케 웃기냐ㅋㅋㅋㅋ 3일동안 들었는데 이 날이 제일 재밌었다. 청취자랑 전화연결 하는데 죄다 이상하거나 웃겨. 특히 전화연결된 게 좋아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볼살로 통화종료를 두번이나 누른 여자 때문에 완전 빵터졌음. 뜬금없이 새로 만든 코너라며 이상한 재즈풍의 음악을 깔고 디제이가 마담 컨셉으로 자꾸 헛소리하는데, 이것도 소름돋게 어색한데 이상하게 재밌고 웃긴거 있지. 덕분에 우리 둘다 같이 키득거리고 깔깔 웃으며 드라이브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분식집 '애월 튀김간'

첫째날은 '수요일 휴무'에 좌절하고 돌아왔는데, 마지막날 다시 찾아갔음.

이효리도 주문해서 먹는다는 맛집이라길래 얼마나 맛있는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저녁으로 밥을 먹기엔 부담스러우니까 가볍게 분식을 먹고 싶었거든. 인터넷 검색에서 보았던 튀김 사진에 침이 고이기도 했고.. 츄르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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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실내는 대충 이렇게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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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 무심히 걸려있는 제주도의 사진들만으로도 여행지의 분위기가 풍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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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했던 메뉴들이 나왔슴미다.... (이거 정말 가볍게 먹으려고 들어온건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록 기막히게 특출난 천상의 맛까지는 아니었지만, 떡볶이 국물을 푹 떠서 계란말이 김밥을 얹어 입안 가득 오물거리는 게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그러고보니까 튀김도 그닥 느끼하다는 생각을 못했네.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그리하여 '조금만 먹고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던걸 잊고, 정신차려보니 전부 먹어버린 후라나뭐라나.


이젠 배가 부릅니다. 진짜 터질 것처럼 배부릅니다.






7.

해안가를 끼고 다시 드라이브.

이번 여행에서 매일 바다를 몇 시간씩 보는데, 봐도봐도 안질리는 게 바다구나 싶더라.

서쪽도로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며 조금씩 달라지는 바다의 빛깔마저 근사했다.


달리다보니 그 유명한 '봄날' 카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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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 올라, 대놓고 바다를 감상하는 나..를 또 언제 도촬한거니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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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진 바다위의 노오란 카페는 귀엽고..


여기를 배경으로 서로를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비맞아서 초췌해진 모습은 각자의 앨범에만 남몰래 간직하기로 하자.. 카페 앞에서 패딩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독수리 날개짓하는 내사진을 확인하자마자, 좌절한 나는 "비가 와서라고 해줘! 내가 원래 못생겨서가 아니라고 해줘!"라고 주차장에서 큰소리로 울부짖었잖아.






8.

저녁이 되어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해안도로를 달리고, 골목골목을 들락거리고,

어느 카페앞 주차장에서 간단히 짐정리를 한 후에야 공항으로 들어가 여행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비행기표를 일찌감치 체크인하고 들어가서야, "내부엔 카트가 없으므로 다음엔 꼭 캐리어를 끌고 와야겠다"던 지난번 다짐이 생각났으나.. 때는 늦었지요. 늘어난 짐들을 이고지고메고 긴 복도를 걸으면서 부들부들. 카트가 왜 없냐고 항의하려면 누구의 멱살을 잡아야하는가... 동생의 부탁으로 올레시장에서부터 사들고온 오미자청 5병을 나 대신 들어준 친구가 너무 고생하는게 미안해서 "다음엔 반드시 택배로 부쳐버리겠습니다!!"라고 몇번이고 외쳤다. 잘못했어요 엉엉. (근데 공항내의 기념품매장에서 한병에 17,000원이라길래, 시장에서 9천원주고 사오길 잘했다고 뿌듯하긴 했어..배시시.... - 그래도 다음부턴 반드시 택배로 부쳐버리겠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저녁비행기를 탔는데, 도착할 때쯤 내려다본 야경은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게 너무 예뻐서 '밤 비행기 타기를 잘했다'며 감탄했다. 2박3일을 너무도 알차게 꽉 채워 여행했더니 정말 좋았다는 말도 나누면서.






9.

드디어, 이번 겨울의 제주 여행은 끝.

떠나기전까지만 해도 다리가 너무 많이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았고, 제주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발마사지부터 받아야겠다고 걱정했었는데,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묵직했던 통증이 거의 가라앉아서 신기할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파스만 30장정도 챙겨갔는데, 한장도 안붙이고 잤을 정도. 여행이 끝나자마자 통증이 되돌아와서 대체 언제부터 왜 시작되었나 곰곰히 원인을 되짚어봤더니, 온도 때문이 아닐까 싶어지더라. 영하권으로 계속 추웠다던 서울과 달리 제주도는 영상 10도였거든. 영상 10도였다니까 듣는 사람들마다 깜짝 놀라며 "봄이야?"라고 되물었음. 한겨울에도 얼음을 오도독 씹어먹는 나는 추위를 잘 안타는 체질임에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부터 뼈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고 요즘은 얌전히 집에서 요양하며 지낸다.







- 끝으로, 마지막 짤같은 샷 한장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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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이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바다랑 인사하고 있는 나...를 또 언제 도촬한거니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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