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을 당일치기로- 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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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아주 큰 일을 치뤘다.

나, 주말에, 결혼식 때문에, 경북 예천 다녀왔다,


그것도 당일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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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장소가 경북이라길래 당연히 안 갈 생각이었다. 아니, 난 못간다고 생각했어. 다녀온 후의 상황이 너무 뻔해서. 며칠동안 아파서 꼼짝도 못할테고, 링거를 맞거나 심하면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보다 더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나이를 먹어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람들이 결혼식을 기점으로 "내 결혼식에 온 친구" 와 "오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다는 것. 그 어떤 사정이 있었던간에, 피치 못할 사정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어 사라지고 그저 나는 '오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것. 그렇게 분류되고 나면 차차 멀어진다는 것.

다리 아파서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밥도 엎드려 먹어야했던 시절, 목발 짚고 겨우 병원이나 오가던 그 시절에, 집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던 나로서는 인천에서 진행되는 대학동기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게 아주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몇년이 흐른 후 동기녀석은 우스갯소리마냥 "니가 오고싶은 의지가 있었다면 목발을 짚고서라도 왔겠지"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우리가 그래서 멀어진거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까지.


그래서 이번에 아주 오랫동안, 밤잠 설쳐가며 고민했다.

앞으로도 쭉 관계를 이어갈 사람이라면..안가고 쓸데없는 죄책감을 가질 것인가, 힘들어도 다녀와서 생색을 낼 것인가.

그리고 생각했다. 경북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행위가 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이 사람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꽤 그럴듯한 상황을 여러가지 그려봤지만, 남는 정답은 단 한가지더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왔는지 아냐고 물어보면 그녀석이 할 말은 너무 뻔했고, 실제로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며 "내 평생, 이렇게 오래 이동하는 건 처음이야"라고 했더니, 정말 너무도 뻔하게 예상했던 그대로 "경주 여행도 다녀왔으면서요" 하더라. 같은 경상도라 하더라도, 여행은 일주일 정도 기간을 잡고, 가는날과 오는날은 그저 이동만 할 뿐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지. 몇시간을 이동하고나면 반드시 누워서 푹 쉬어야한다는 것도 몇번이나 강조해 말해도 기억조차 안날거야. 나도 이제 그런거, 타인에게 기대 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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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녀왔다.

다행히도, 일행 중 한명이 차를 가져가면서 나도 태워줬기에, 그나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네.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집앞에 내려줘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ㅠ_ㅠ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내가 살아있어...orz


너무 많은 고민 끝에, 그만큼의 걱정을 안고 떠나긴 했지만,

그동안 뜸했던 수다를 차안에서 실컷 풀고, 진심으로 결혼식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인사도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는 차안에서 노래도 따라 부르고~ㅋ "집에 도착하면 어차피 뻗을거! 가는길에 있다는데 한번 가보자!"하고 충동적으로 문경새재에 들러 구경하며 사진도 찍었고, 기절하듯 뻗어서 자다가 휴게소에 내릴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_-;;; 정말, 하루만에 너무도 버라이어티하게 시간을 보내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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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때문에 떠난 여정이었으나,

충동적으로 들렀던 문경새재 덕분에 '어떤 겨울여행'으로 변신!


눈이 내린 후라 땅은 질퍽거리고, 결혼식 차림에 부츠까지 신었지만,

옛 기와 위로 소복히 내려앉은 눈덩이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꺅꺅 소리지르고, 감탄하고, 여기저기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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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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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하나로마트와 농협 예식장은 같은 건물..!

이것도 놀라웠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게 제일 쇼킹했다.. 식장은 3층이고, 식당은 4층인데!!!!

(계단 올라가면서 "주겨버릴꺼야!!!!"하고 소리내어 외쳤다는 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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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문경새재의 세트장 안에서..

손발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에, 눈이 내려앉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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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다 귀여워 ㅠ_ㅠㅋ

셀카봉까지 챙겨갔건만, 추위 때문인가, 내 아이폰은 갑자기 배터리 부족을 외치며 졸도하고.. (분명 50%였는데...) 

그래서 친구 아이폰 빌려서 여기저기 찰칵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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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런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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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이라고 씌여있는 곳에서는 시키는대로 사진찍는 나란 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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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사극에 등장하는 광화문 앞일세~

'화정'에서, 훗날 인조가 되는 김재원이 비열한 웃음을 감추고 "저언하!!"라고 외치던 그 길바닥.

나는 그곳에서 해맑게 사진을 찍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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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못느꼈던, 겨울 느낌을 문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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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건 힘든거고, 사진 찍고 놀때는 신나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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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진 찍어줘!! 요러케!!!!!"

"....(잠시 주저) 꼭 그렇게 찍어야해?"

"응!!!!! 까! 꿍!!!!!!!"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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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아장 걸어와서, 만세도 부르고 ET 손가락질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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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브이를 앞으로 내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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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제군들. 고생했다..

...앞으로 그 누구도 경상도에서 결혼식 올리지 말아야해-_-+

(나 안간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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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날 찍은 사진 중에서 나의 페이보릿샷 1번.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관음증 발동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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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하는 베스트샷, 나의 페이보릿샷 2번.

마이헤드_빙빙_크레이지_빙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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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장렬히 전사.......

오늘은 월욜인데.. 여전히 비몽사몽에 삭신이 쑤시고, 우려대로 하혈중....@_@ㅋ


그 옛날, 얼마나 힘들줄 모르고 가봤던 스키장에서의 체험처럼,

이번에도 사실은 도대체 얼마나 힘들지 정확히 몰라서 해본거다. 경북을 당일치기로 다녀온게.


...두번 다신 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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